별+사색/에세이*시*소설62 버티기: 퇴사하고 싶은 3, 6, 9개월 차 직장인에게 최근 들어 자꾸 '탈출'을 꿈꾼다.일이 힘든 거야 옆집 초등학생도 안다. 말하면 입만 아프지. 입사 6개월 차 신입 딱지가 반쯤 벗겨졌으나 여전히 낯선 환경(조직문화와 사람들)과 업무에 적응하려고 웬만하면 그러려니 순응하고 있다. 취업한 것만으로 감사하고 벅찬 마음에 처음 몇 달은 새롭고 낯선 곳, 업무에 적응하느라 적당한 긴장과 기대에 힘든 줄 모르고 지냈다. 시간이 흐르고 일이 익숙해질 즈음 취업성공의 기쁨은 익숙한 일상에 매몰되어 사라졌다. 대신 알게 모르게 누적된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한계치를 넘나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건 사람들과 관계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정서적 부대낌이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내겠다는 기대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 2024. 10. 26. 매우 짧고 힘나는 한 문장 누군가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 더 할 말이 필요한가? 이 말을 듣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대상이 누구든 당신은 이미 충분히 사랑받고 있거나 사랑하고 있다. 단지 바쁜 삶에 지쳐 잠시 잊고 있었을 뿐.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선명히 그려지는 그 사람의 이름은 그리움이다. 그가 가족이든 친구든 그저 호감 가고 궁금한 타인이든 당신은 그 사람으로 인해 더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든 내가 사랑하는 대상이든 상관없다. 사랑은 모두 다 아우르니까. 때로 아픈 짝사랑도 사랑하는 그 순간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니까. 힘들고 지칠 때 생각만 해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사람. 다 포기하고 싶을 때에도 다시 살 게 만드는 희망 같은 존재들. 세상에서 날 제일 좋아하는 울 엄마,이제는 연.. 2024. 7. 9. 나를 드러내는 용기ㅣ글쓰기, 자기 노출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희열 작가가 아니어도 글쓰기를 숨 쉬는 것처럼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떤 면에선 노출과 관음에 대해 두려움과 환상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나부터도 그러하다. 자신의 일부분 또는 전부를 타인에게 내보이는 수치심과 죄책감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욕망의 마그마가 내 안에 존재하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타인에게 드러냄으로써 내 속에 존재하는 내밀한 정서와 순도 높은 욕망과 엉뚱한 상상을 과감하게 털어놓는 행위이다. 깊고 은밀하게 감추어진 욕구를 꺼내 숨김없이 보여주고 싶은 열망인 것이다. 기억 속에 잠들어 있거나 감추어진 강렬한 경험이든, 간접적으로 알게 되어 나름의 상상력과 결합해 새롭게 창조한 이야기든 그 시작이 어떻든 마음을 사로잡은 생각과 정서가 얽기 설기 복잡 미묘한 화학작용을 일으켜.. 2023. 11. 17. [생각거리] 살아남은 자의 몫ㅣ빌어먹을 죄책감? 기억하기!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선한 사람들은 사악한 사람들의 지배를 받는 것으로 그 대가를 치른다. -플라톤- 선진국뽕에 젖어있던 대한민국 서울 번화가에서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1주기이다. 국가 부재로 일어난 참사에 정부, 지자체, 경찰 등 고위 공직자 포함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기본적이고 당연한 믿음마저 무너지고 있다. 핼러윈 거리 축제를 앞둔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밤 10시 15분 이태원 좁은 골목에서 압사 참사가 났다. 159명의 생때같은 목숨이 도심 한 복판에서 한 순간에 스러져갔다. 말도 안 되는 재난이 벌어졌다.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세월호 이후 대형 참사였고 더 지독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날 그곳은 여느 때와 같이, 매년 수십만 .. 2023. 10. 30. 할까 말까 고민이 되면 일단 go 자기 계발서에서 지겹도록 얘기하는 레퍼토리가 있다. '시작이 반이다', '일단 실행해라',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진다' 등등 세상에 떠도는 공허한 외침 같은 말말말.. 당연한 진리인양 쉽고 무책임하게 조언하지만 마음에 와닿지 않아 뜬구름 같은 말들. 귀가 따가워 가끔은 소음공해 같다.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진다'라는 말에서 생각과 믿음이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루어진다'라는 말에는 쉽게 수긍할 수 없다. 생략된 주어가 모두일 수 없다는 합리적 의심 때문이다. 누구나 할 수 없기에 실행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처럼 허울 좋은 구호로 그칠 때가 많다. 그저 남 일에 쉽게 재단하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뻔한 잔소리쯤으로 여겼다. 나부터도 상황에 치여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고 휘둘리면서 살.. 2023. 4. 29. 먹방보다 쿡방ㅣ음식 만드는 걸 구경하는 게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틈만 나면 유튜브 쿡방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원래 난 먹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 대충 끼니를 때우는 형편이라 당연히 요리에도 관심이 없었다. 미각이 둔해서 맛집 일품요리를 먹든 단체 급식 같은 백반을 먹든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허기만 채우면 되니까 그저 먹을만하면 상관없었다. 바쁠 땐 귀찮아서 점심을 삼각김밥과 커피 우유로 때우기 일쑤였으니 말 다했지. 가족과 친한 지인들의 걱정을 살 정도로 식생활을 잘 챙기지 못했다. 그러던 내가 달라졌다. 요리에 관심이 생겼다. 정확히는 쿡방-남이 요리하는 영상-을 보는 게 너무나 재밌다. 예상치 못한 새로운 즐거움이다. 음식이나 먹는 행위 자체에 관심이 적으니, 타인이 기괴할 정도로 많은 음식을 먹어치우는 먹방 영상은 아예 거.. 2023. 2. 16. [창작시] 바라건대 ㅣ내가 나에게 돌아보면 어지러운 발자국 습관적인 종종걸음 쫓기듯 살아온 증거 미소가 어색한 거울 속 얼굴 길 잃은 아이처럼 감추지 못한 낙심한 얼굴 조급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뭐가 무엇을 그리 다그치는가 너무 늦지 않았다면 바라건대 덕과 지혜가 있는 사람이고 싶다 받기보다 줄 수 있길 쓸모 있는 지식보다 이로운 지혜를 지향하길 마음에 심지가 단단해서 떠밀리지 않고 굳건하길 보이지 않아도 존재함을 믿는 것처럼 화려한 껍데기보다 알맹이가 여물기를 폭풍 속에도 잔잔한 깊은 바다처럼 마음이 깊고도 넓어지길 어디든 무엇이든 섞이고 변형되는 물처럼 말과 몸짓이 유연하고 너그럽길 주머니가 넉넉하기보다 분위기가 넉넉한 사람이고 싶다 예쁘지 않아도 시선을 사로잡아 끝내 잊지 못하는 사람이고 싶다 아무 때라도 하.. 2022. 12. 19. [창작소설] 잃어버린 것 1 나는 지금 기억이 오락가락한다. 원인은 교통사고 때문이다. 사고 당시 기억이 도려낸 것처럼 소실되었고 전후 사정도 대부분 흐릿하다. 다만 사고가 일어난 강렬한 순간만은 생생하다. 자동차 경적소리와 고무 타는 냄새에 이어 몸이 붕 떠 날아간 찰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진공 상태가 된 채 시야가 슬로모션처럼 느리게 바뀌더니 세상이 뒤집혀 있었다. 몇 분인지 아니면 몇 초였는지 시간이 흐르고 이마를 흠뻑 적시는 무언가를 닦아내려 했는데 팔을 들 수가 없어서 몹시 당황스러웠고 갑자기 불이 꺼지듯 눈앞이 깜깜해졌다. 다음 순간 눈 떠보니 병원이었다. 어처구니없게도 며칠 동안이나 의식이 없었다고 한다. 긴급 수술 등으로 상처 난 몸을 회복하고 의식을 찾기까지 이미 많은 시간을 건너 띈 상태였다. 현재 확실하게 아.. 2022. 12. 18. [창작시]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인연인지 아닌지 포근하게 어루만지고 치열하게 부딪치고 숨 막히게 끌어안았다 차게 스쳐 지나가거나 머무르는 온기 부메랑처럼 돌아오기도 어떤 이는 선이 닿아 인연이 되었고 어떤 이는 끈 떨어진 연처럼 멀어졌다 하나의 점으로 마침표가 되었다 아련한 기억이 되거나 애달픈 눈물이 되거나 생생한 각성제가 된다 놓쳐버린 아쉬움 되거나 끝나지 않는 악몽이 되거나 끝나지 않길 바라는 단꿈이 된다 환희 또는 실연의 밤을 지나야 안다 인연인지 아닌지 악연인지 아닌지 미리 알 수만 있다면 되돌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해야 할 말 못 해 놓친 인연 하지 말아야 할 말해 떠난 인연 전하지 못한 진심 헤아리지 못한 마음 나도 내 맘 몰라 속절없는 한숨으로 지새운다 홀로 누운 어두.. 2022. 11. 16. 엄마의 겨울 외투ㅣ가진건 쥐뿔도 없지만 행복한 이유 오랜만에 지난 시간 속 감사한 것들을 뒤적거렸다. 매일 쓰려고 했던 감사일기는 생각만큼 쉽게 습관이 되지 않았다. 물론 감사했던 일을 매일매일 되짚어보고 고마운 마음으로 시작한 하루가 얼마나 의미 있고 더 감사할 일들로 채워지는지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자꾸 까먹게 된다. 매번 0에서 리셋되는 게임 속 세상처럼 말이다. 경험치가 쌓이고 레벨이 계속 상승해야 하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0부터 시작해야 된다면 얼마나 실망스럽고 막막할까. 다행히 인생은 완전한 무(無)로 돌아가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물론 실패나 재난으로 가진 걸 모두 잃거나 심지어 마이너스(적자)가 될 수도 있다. 그건 말 그대로 재물이나 돈과 같은 물질적 대상이나 외부조건일 뿐이다. 돈이란 건 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개념이다... 2022. 10. 30. 이전 1 2 3 4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