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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색81

버티기: 퇴사하고 싶은 3, 6, 9개월 차 직장인에게 최근 들어 자꾸 '탈출'을 꿈꾼다.일이 힘든 거야 옆집 초등학생도 안다. 말하면 입만 아프지. 입사 6개월 차 신입 딱지가 반쯤 벗겨졌으나 여전히 낯선 환경(조직문화와 사람들)과 업무에 적응하려고 웬만하면 그러려니 순응하고 있다. 취업한 것만으로 감사하고 벅찬 마음에 처음 몇 달은 새롭고 낯선 곳, 업무에 적응하느라 적당한 긴장과 기대에 힘든 줄 모르고 지냈다. 시간이 흐르고 일이 익숙해질 즈음 취업성공의 기쁨은 익숙한 일상에 매몰되어 사라졌다. 대신 알게 모르게 누적된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한계치를 넘나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건 사람들과 관계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정서적 부대낌이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내겠다는 기대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 2024. 10. 26.
매우 짧고 힘나는 한 문장 누군가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 더 할 말이 필요한가? 이 말을 듣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대상이 누구든 당신은 이미 충분히 사랑받고 있거나 사랑하고 있다. 단지 바쁜 삶에 지쳐 잠시 잊고 있었을 뿐.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선명히 그려지는 그 사람의 이름은 그리움이다. 그가 가족이든 친구든 그저 호감 가고 궁금한 타인이든 당신은 그 사람으로 인해 더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든 내가 사랑하는 대상이든 상관없다. 사랑은 모두 다 아우르니까. 때로 아픈 짝사랑도 사랑하는 그 순간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니까. 힘들고 지칠 때 생각만 해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사람. 다 포기하고 싶을 때에도 다시 살 게 만드는 희망 같은 존재들. 세상에서 날 제일 좋아하는 울 엄마,이제는 연.. 2024. 7. 9.
나를 드러내는 용기ㅣ글쓰기, 자기 노출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희열 작가가 아니어도 글쓰기를 숨 쉬는 것처럼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떤 면에선 노출과 관음에 대해 두려움과 환상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나부터도 그러하다. 자신의 일부분 또는 전부를 타인에게 내보이는 수치심과 죄책감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욕망의 마그마가 내 안에 존재하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타인에게 드러냄으로써 내 속에 존재하는 내밀한 정서와 순도 높은 욕망과 엉뚱한 상상을 과감하게 털어놓는 행위이다. 깊고 은밀하게 감추어진 욕구를 꺼내 숨김없이 보여주고 싶은 열망인 것이다. 기억 속에 잠들어 있거나 감추어진 강렬한 경험이든, 간접적으로 알게 되어 나름의 상상력과 결합해 새롭게 창조한 이야기든 그 시작이 어떻든 마음을 사로잡은 생각과 정서가 얽기 설기 복잡 미묘한 화학작용을 일으켜.. 2023. 11. 17.
[생각거리] 살아남은 자의 몫ㅣ빌어먹을 죄책감? 기억하기!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선한 사람들은 사악한 사람들의 지배를 받는 것으로 그 대가를 치른다. -플라톤- 선진국뽕에 젖어있던 대한민국 서울 번화가에서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1주기이다. 국가 부재로 일어난 참사에 정부, 지자체, 경찰 등 고위 공직자 포함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기본적이고 당연한 믿음마저 무너지고 있다. 핼러윈 거리 축제를 앞둔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밤 10시 15분 이태원 좁은 골목에서 압사 참사가 났다. 159명의 생때같은 목숨이 도심 한 복판에서 한 순간에 스러져갔다. 말도 안 되는 재난이 벌어졌다.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세월호 이후 대형 참사였고 더 지독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날 그곳은 여느 때와 같이, 매년 수십만 .. 2023. 10. 30.
할까 말까 고민이 되면 일단 go 자기 계발서에서 지겹도록 얘기하는 레퍼토리가 있다. '시작이 반이다', '일단 실행해라',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진다' 등등 세상에 떠도는 공허한 외침 같은 말말말.. 당연한 진리인양 쉽고 무책임하게 조언하지만 마음에 와닿지 않아 뜬구름 같은 말들. 귀가 따가워 가끔은 소음공해 같다.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진다'라는 말에서 생각과 믿음이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루어진다'라는 말에는 쉽게 수긍할 수 없다. 생략된 주어가 모두일 수 없다는 합리적 의심 때문이다. 누구나 할 수 없기에 실행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처럼 허울 좋은 구호로 그칠 때가 많다. 그저 남 일에 쉽게 재단하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뻔한 잔소리쯤으로 여겼다. 나부터도 상황에 치여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고 휘둘리면서 살.. 2023. 4. 29.
[드라마 리뷰] 더 글로리ㅣ바라마지 않는 완벽한 엔딩 이틀에 걸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16편을 몰아봤다. 남들 다 볼 때도 보지 않고 완결까지 기다렸다. 인내는 썼지만 열매는 달고 시원하고 통쾌했다. 전날 새벽까지 졸음과 싸워가며 시청을 이어가다 드디어 끝을 봤다. 동은이와 이모님, 여정선배 등 주인공과 등장인물들, 심지어 악역들에게까지 감정이입 되어 울고 웃고 고통스럽고 또 환희에 차기도 했다.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숨 쉴 틈 없이 널뛰었다. 다채로운 수많은 감정들로 온통 뒤흔들렸다. 파트 1에서 주인공 동은이가 자신에게 학교폭력을 주도한 연진이 무리에 대한 복수를 하게 된 이유가 처절할 정도로 공감할 수 있게 그렸다면 파트 2에서는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잘못인 줄도 모르고 살고 있는 연진이 무리들이 서로 자승자박 하며 파멸로 걸어 들어가.. 2023. 4. 11.
먹방보다 쿡방ㅣ음식 만드는 걸 구경하는 게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틈만 나면 유튜브 쿡방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원래 난 먹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 대충 끼니를 때우는 형편이라 당연히 요리에도 관심이 없었다. 미각이 둔해서 맛집 일품요리를 먹든 단체 급식 같은 백반을 먹든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허기만 채우면 되니까 그저 먹을만하면 상관없었다. 바쁠 땐 귀찮아서 점심을 삼각김밥과 커피 우유로 때우기 일쑤였으니 말 다했지. 가족과 친한 지인들의 걱정을 살 정도로 식생활을 잘 챙기지 못했다. 그러던 내가 달라졌다. 요리에 관심이 생겼다. 정확히는 쿡방-남이 요리하는 영상-을 보는 게 너무나 재밌다. 예상치 못한 새로운 즐거움이다. 음식이나 먹는 행위 자체에 관심이 적으니, 타인이 기괴할 정도로 많은 음식을 먹어치우는 먹방 영상은 아예 거.. 2023. 2. 16.
[창작시] 바라건대 ㅣ내가 나에게 돌아보면 어지러운 발자국 습관적인 종종걸음 쫓기듯 살아온 증거 미소가 어색한 거울 속 얼굴 길 잃은 아이처럼 감추지 못한 낙심한 얼굴 조급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뭐가 무엇을 그리 다그치는가 너무 늦지 않았다면 바라건대 덕과 지혜가 있는 사람이고 싶다 받기보다 줄 수 있길 쓸모 있는 지식보다 이로운 지혜를 지향하길 마음에 심지가 단단해서 떠밀리지 않고 굳건하길 보이지 않아도 존재함을 믿는 것처럼 화려한 껍데기보다 알맹이가 여물기를 폭풍 속에도 잔잔한 깊은 바다처럼 마음이 깊고도 넓어지길 어디든 무엇이든 섞이고 변형되는 물처럼 말과 몸짓이 유연하고 너그럽길 주머니가 넉넉하기보다 분위기가 넉넉한 사람이고 싶다 예쁘지 않아도 시선을 사로잡아 끝내 잊지 못하는 사람이고 싶다 아무 때라도 하.. 2022. 12. 19.
[창작소설] 잃어버린 것 1 나는 지금 기억이 오락가락한다. 원인은 교통사고 때문이다. 사고 당시 기억이 도려낸 것처럼 소실되었고 전후 사정도 대부분 흐릿하다. 다만 사고가 일어난 강렬한 순간만은 생생하다. 자동차 경적소리와 고무 타는 냄새에 이어 몸이 붕 떠 날아간 찰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진공 상태가 된 채 시야가 슬로모션처럼 느리게 바뀌더니 세상이 뒤집혀 있었다. 몇 분인지 아니면 몇 초였는지 시간이 흐르고 이마를 흠뻑 적시는 무언가를 닦아내려 했는데 팔을 들 수가 없어서 몹시 당황스러웠고 갑자기 불이 꺼지듯 눈앞이 깜깜해졌다. 다음 순간 눈 떠보니 병원이었다. 어처구니없게도 며칠 동안이나 의식이 없었다고 한다. 긴급 수술 등으로 상처 난 몸을 회복하고 의식을 찾기까지 이미 많은 시간을 건너 띈 상태였다. 현재 확실하게 아.. 2022. 12. 18.
[책 리뷰] 법정의 고수ㅣ모든 사람이 주인공인 법정이야기(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에피소드 원작) 자극적인 소재 없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 따뜻한 드라마로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가 끝난 뒤에도 드라마 속 인물들과 에피소드는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를 중심으로 법정 안팎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정감 있게 그려져 사람 냄새나는 힐링 드라마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OTT라는 창을 통해 세상에 전해졌고 각종 SNS에 리뷰나 리액션 콘텐츠가 넘치게 만들어져 지금도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으니 한동안 쉽게 잊히진 않을 듯싶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우영우와 한바다 변호사들이 현실에 존재하길 바라기 때문에 기억 속에 흐릿해지지 않는 것일 수도. 드라마에서 매회 다루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우리 주변에 흔하게 일어날만한 일상에 가깝고 보통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 2022.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