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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색/에세이*시*소설

눈물이 주르륵 | 울보라서 그래

by 별사색 2025. 6. 1.

울어도 괜찮아1(이미지출처:픽사베이)

 

 

 

 

눈물샘이 고장 난 게 분명하다! 툭하면 눈물 터지는 울보가 되어버렸다. 감정조절하는 뇌 부위에 문제가 생긴 걸까? 때 아닌 눈물바람에 난처하고 부끄럽고 당황스럽다. 젠장!

건조하리만치 뻔한 보통의 하루, 무심코 TV를 보다가 출연자 사연에 공감해 따라 우는 건 부지기수. 짧은 영상 클립 속 감동 장면에서 울컥하고 연달아 떠오른 과거 어느 기억에 또 눈시울이 붉어진다. 예상치 못하게 마주친 '아하!' 깨닫는 순간에도 먹먹한 마음에 또 눈물이 찔끔. 심지어 잠들기 전 떠오른 상념들이 밀물처럼 떠밀려 올 때엔 파도에 휩쓸리듯 복잡한 심상에 빠져 베갯잇을 적실 정도로 한참 동안 울기도 한다.

최근 들어 감정이 널을 뛰는 건지, 생애 전환기 호르몬의 문제인지 원인은 모르겠으나 분명한 건 눈물이 많아졌고 빈도도 늘었다는 거다. 시도 때도 없이 불쑥 눈물이 나서 당황스럽고 뻘쭘하다. 늙어 주책이라는 자조 섞인 핑계를 대며 가볍게 넘기지만 부끄러움은 익숙해지지도 희석되지도 않는다.

유독 컨디션이 저조하고 감정도 따라서 울렁울렁하고 울컥하는 날이었다. 가벼운 옷차림과 운동화로 갈아 신고 일단 밖에 나섰다. 걸으면 좀 나아질까. 꽉 막힌 속이 좀 뻥 뚫리까 해서.

햇살이 밝고 따뜻했다. 바람 불어 입고 나간 잠바를 내내 들고 다녀야 할 정도로 화창했다. 어느새 여름을 향해가는 완연한 봄날의 하늘이 눈이 부시게 푸르러 또 울컥 눈물이 났다. 정말 '주르륵' 소리가 들릴 정도로. 

한강 나들이 나온 사람들 얼굴이 화사한 꽃처럼 폈는데 그 틈에 소리 없이 섞여있다가 난데없이 터져 나온 눈물로 당황했다. 환한 대낮에 숨을 곳 없어 더 부끄럽고 그게 또 서러웠다. 마땅히 소리 내어 울 수조차 없는 스스로가 한심하고 또 가여워서 자기 연민에 빠진 걸 수도.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누가 볼까 두려워 빠른 걸음으로 숨을 곳을 찾아 내달렸다. 마침 강을 향해 설치된 흔들의자가 비어 있어 부리나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숨을 곳이 없어 옹송그리듯 쫄아붙어 한참을 그렇게 소리 없이 울어버렸다. 봇물 터진 것처럼 샘솟는 눈물은 닦아도 닦아도 흘러내려 결국 눈물 줄기로 얼굴에 갈래 길이 생겨버렸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하찮은 이유로 울음이 터져도 한 번 시작된 울음은 쉬이 멈추지 않는다. 온 얼굴이 불어 터질 때까지. 몸속 수분이 다 빠져나갔나 싶을 정도로 한참 쏟아내고 진이 다 빠져야 그쳤다.

눈물 콧물 닦느라 휴지로 자그마한 산 하나 만들고 나서야 진정이 된다. 휴지조차 없을 땐 소매 끝이나 티셔츠 아랫단이 축축해질 만큼, 울음과 설움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묵은 감정을 원 없이 쏟아내 후련해질 때까지, 실컷 우는 것이다. 슬픔이의 눈물처럼. 

나도 모르게 내 몸속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 소화도 안되고 꽉 막혀서 어쩌면 곧 썩어버릴, 어둡고 습한 기운들이 눈물과 함께 쓸려나가는 게 아닐까? 그제야 불어 터진 찐빵 같은 얼굴로 조용히 평화 속에 머무르게 된다. 진정이 되곤 했다. 후련했다.

돌이켜보면 한숨 쉬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묵은 체증 같은 갑갑함을 느낄 때가 많다. 속상하고 억울하고 화나고 서러운 감정들이 얽히고설켜 삭힌 나머지 쇠사슬처럼 내 몸과 마음을 얽매고 괴롭힌다. 어쩌면 참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매번 감정쓰레기통을 채우기만 할 테다. 그러다 넘쳐서 눈물이 터진 것이리라.


그럴 땐 그냥 울어도 좋다. 남 눈치 보지 말고 어른이라고 참지 말고. 아이처럼 목놓아 울어서 온갖 감정을 폭발시켜고 휘발시켜야 할 때이다.

 


그러니 누가 보든 말든 애 같다 손가락질하든 말든 걱정 말고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리는 건 어떨까? 못난이처럼 얼굴을 찡그리고 찐빵처럼 불어 터질 때까지 속 시원하게 울어버리자. 활화산처럼 다 토해놓고 나면 고요한 평화가 찾아올 테니까. 그러니까 울어도 괜찮다.

 

울어도 괜찮아2(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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