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집이 보이는 골목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안도감이란.
금요일 저녁 퇴근길이 신나는 건, 내일 아침 알람도 끄고 내키는 대로 늦잠을 자도 된다는 생각만으로 일주일치 피로가 가시기 때문이다. 주말 자유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기대와 흥분이 뒤섞인 설렘은 말이 필요 없는 자양강장제다.
퇴근길 안부를 묻는 전화통화는 마음의 빈 공간까지 채워준다. 멀리 떨어져 있기에 소리로만 전해지는 소중한 이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 익숙하고 편안한 안정감이 찾아온다.
짧은 말 몇 마디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포근하고 충만한 안도감이 든다.
오늘도 수고했다, 밥은 먹었느냐, 아픈 덴 없냐, 마음 다치거나 힘든 일 없었느냐 등등.
애정 어린 잔소리마저 다정한 위로다.
나를 향한 걱정과 염려를 담아 넌지시 건네는 그리운 목소리에는 늘 온기가 있다. 치유의 힘이 있다. 지치고 괴롭고 좌절하고 상처나 찢어지고 곪은 부위를 흉 지지 않게 보호하고 새살이 돋게 만드는 연고와 같은 치료제인 것이다.
사람에게 필요한 건, 돈과 같은 물질도 중요하지만 실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충만함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사람은 몸과 마음(영혼)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기에 증명할 순 없으나 생생히 살아 있음을 느끼는 영적인 존재기 때문이다.
형체가 없어 손에 잡히지 않아도 가치 있는 것들이 나를 살아있게 한다. 전화기 너머 존재하는 사랑하는 사람, 차분한 숨소리, 소소한 잡담마저 다정한 위로가 된다. 피로회복제이자 자양강장제인 것이다.
바쁘고 차가운 현대 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마치 끝없이 메마른 사막을 걷는 기분이다. 거친 모래 바람과 푹푹 발 빠지는 사막을 걷고 또 걷다 지쳐 쓰러지기 일쑤다. 죽을 것 같은 순간 생명수와 푸른 식물과 그늘이 있는 오아시스를 만났다고 생각해 보자.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부와 명예, 그 어떤 풍요로움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생기를 불어넣어 줄 오아시스 같은 존재들 덕분에 오늘도 소박한 행복을 음미할 수 있다. 지치고 힘들어도 내일을 희망하며 오늘 하루를 버텨낼 수 있으리라.
유독 힘든 날엔 죽음 같은 잠을 고대하며 내일이 오지 않길 바랄 때도 있다. 그럴수록 떠올려보자. 내 영혼을 충만하게 만들어 주는 존재들을, 희망이 되어 줄 이유를 찾아보는 거다.
때로는 친구와 만날 약속, 누군가의 부탁, 미뤄 둔 숙제, 내일 해야 할 일들이 오늘을 넘기고 내일을 맞이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
유난히 긴 하루를 보내고 모두가 잠든 깊은 밤, 혼자 숨 죽여 울고 있다면 기억해 주기 바란다.
내일의 나를 기다리는 존재들을 떠올려 보는 거다. 소박한 행복이든 앞으로 만들어 나갈 행복한 상상이든 생기를 불어넣어 줄 오아시스들 말이다.
행복이 뭐 별 건가? 소소하지만 다정하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고요한 평화에 머무를 수 있게 하는 모든 것들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다.
힘든 하루의 끝을 무사히 버텨내야 할 이유라면 무엇이든 좋다. 아니 이유가 없어도 괜찮다.
그러니 부디 오늘 밤은 아무 생각 말고 편안히 잠들기를 바란다. 안온하게 충전하고 다시 내일 아침을 맞이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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