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사색83 떠올리기만 해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에 대해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면 필연적으로 스스로 묻고 답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러다 보니 반복해서 자주 떠오르는 질문들이 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도 그중 하나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다양하겠지만 내 경우 주요 관심사인 '행복'에 대해 자꾸 스스로 묻는다. 딱히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아 어중간한 무덤덤한 상태이거나 '그저 그런'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 없는 애매한 때가 더 많다. 혹은 평상심이라 할 수 있는 평온함일 수도. 다만 혹시라도 지금 불행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 우울한 기분에서 빠져나오기 전까지 내리막길에 가속이 붙을 수 있으니 방치하면 안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지금, 나는 행복해 질까?' 11살 초등학생 조카가 학교 생활, 친구 관계, 공부와 학원 스트레스로 사는.. 2022. 6. 20. 감사일기 2022.06.07ㅣ비 오는 날 도서관 어제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가뭄을 씻어내기엔 충분하진 않아도 꽤 숨통이 트일 정도는 될 듯하다. 여름을 향해 가던 더위가 힘 세지기 직전에 내린 촉촉하고 시원한 빗물에 한 풀 기세가 꺾인 느낌이다. 어쨌거나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경우 농사와 하등 상관없는 사람이라 가뭄에 대해 관심 갖지도, 걱정조차 해본 적 없지만 분명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에 영향을 끼쳤을 터이다. 개인적으로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으로서 뜨겁게 달궈져가던 때에 시의적절하게 내리는 비가 감사하다. 공기 중 먼지와 눅진하게 찌든 때까지 모두 빗물에 씻겨내려가 숨 쉴 때 상쾌한 느낌이다. 물론 습기로 눅눅해진 질감은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틀째 내리는 빗물에 충분히 적셔진 공원의 나무도 길가의 가로수도 길바닥 틈틈히 보이는.. 2022. 6. 7. 어느 위선자의 서글픈 변명ㅣ착한 척은 그만두기로 나에겐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다. 말하면서 생각하는 나는 충동적이고 기분파에 일 벌이기 좋아하는 반면 생각이 정리돼야 말을 꺼낼 수 있는 동생은 이성적이고 논리적 판단과 계획 세우기, 정리정돈을 즐겨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특히 팩트 폭력에 일가견이 있다. 어느 날 그 애가 내게 말했다. "언니 안 착해. 이기적이야. 이젠 그냥 인정하고 편하게 살아." 충격적이었다. 갑작스레 허를 찔린 기분이랄까. 순간 이게 뭐지? 싸움 거는 건가 싶고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이 몰아쳤다. 처음 감정은 화가 났다. 동생이 대뜸 말로 내뱉은 순간엔 나를 단정 짓고 함부로 평가하는 듯해 욱하는 반발심이 솟았다. 선빵에 케이오당한 듯 잠시 멍해진 채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당황이 곧 부끄러움이 됐다. 어쩌면 속내를 들.. 2022. 6. 4. 감사일기 2022.06.03ㅣ시즌제 예능 시청의 늪 이모랑 둘이서 어젯밤 늦게 시작한 '예능 시리즈 시청'이 아침 눈뜨면서 이어 보기 시작해 내내 TV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 먹을 때까지 거의 8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이나. 둘이서 마음이 맞아 보기 시작한 프로그램의 끝을 보기 위해 밥 먹는 시간 등 최소한으로 처리하고 내내 TV 앞에 나란히 붙어 앉아 집중했다. 결국 시리즈를 끝냈고 시원섭섭함을 느껴야 했지만. 어쨌거나 최근에 이렇게 장시간 무언가에 집중해 본 일이 또 있었던가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옆에 마음이 통한 이모라는 파트너가 있기에 함께라서 가능했지 않을까? 숙제처럼 해치운 느낌도 들지만 여하튼 계획한 프로그램 시청을 완료하고 함께 후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이모가 있어 감사하다. 장시간 TV 시청하는 이모와 조카를 지켜보던 엄마가.. 2022. 6. 3. 감사일기 2022.06.02ㅣ다시 시작 오늘부터 블로그에 감사일기를 쓰려고 한다. 그 시작을 알리고 나 스스로 약속을 지키도록 강제하고자 기록한다. 매일매일 빠짐없이 단 몇 줄이라도 하루를 기록하려고 한다. 그동안 손으로 일기장을 써왔다. 볼펜을 꾹꾹 눌러써 한 자 한 자 생각을 오롯이 써 내려가는 과정이 즐겁다. 초등학교 때부터 써온 일기장이 쌓여 책장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게 뭐라고 뿌듯하기까지 하다. 일기장을 쓰고 다시 들여다보지 않으니 이것 또한 먼지에 파묻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블로그에 기록하는 것으로 바꿔보려 한다. 종이 낭비도 줄이고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선 글 찾기나 수정도 다시 보기도 쉬우니까. 훗 날 나의 역사를 반추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지 않을까?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블로그도 재정비하였.. 2022. 6. 3. 이 아무개의 쾌락 유희 돈도 안되고 그렇다고 엄청난 실력을 자랑하는 포트폴리오를 쌓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 흔한 아무개 유튜버 틱톡커지만 무보수 크리에이터 생활을 계속 이어가는 데에 이유가 있다. 구독자 팔로워 댓글 보기가 그것이다. 특히 선플(착한 댓글)이라 얘기하는 칭찬이나 순수한 긍정 댓글이 가장 큰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동전의 양면같이 빛과 어둠처럼 듣보잡 아무개에게도 악플이 달릴 수 있다. 광고 댓글은 귀여운 수준이다. 무플보다 악플이 났다고 하지만 말이 쉽지 실제론 상처가 크다. 정말 도움이 되는 따끔한 조언에도 움찔한다. 내 정성과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좀 서운할 뿐 무조건 악플이라 할 순 없다. 악플이라는 말 그대로 상관없는 딴지나 인신공격에 가까운 못된 댓글을 말하는 거다. 가끔 무플도 속상한데 악플이.. 2022. 5. 26. 심플하고 다이내믹한 일상 요즘 나의 하루는 심플하다. 어찌 보면 정말 무미건조할 정도로 심심하고 단조롭다. 아침에 눈뜨면 기계적으로 모닝 루틴을 진행한다. 화장실에서 세수와 양치로 잠 기운을 씻어내고 보리차나 옥수수차 등 따뜻한 차 한잔을 준비해서 곧장 책상에 앉는다. 차의 온기로 멍한 정신을 깨우며 감사일기를 쓴다. 전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하고 그 일들 사이에서 감사함을 찾아내 단 몇 자라도 일기장에 적어 본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감사가 이끌어낸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한다. 아침을 먹고 산책 삼아 집 앞 공원에 나와 몇 바퀴 도는 동안 시시각각 변하는 나무의 변화를 눈에 담는다. 이파리가 점점 푸르게 풍성해져서 바람에 춤을 추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우기도 하는 모습을 구경한다. 도시 소음과 다.. 2022. 5. 11. 내 몫의 빵ㅣ학창시절 트라우마 한 조각 집 근처, 좋은 재료와 맛으로 유명한 빵집에 갔다가 엄마와 싸웠다. 빵 하나로 시작된 정말 사소한 다툼이었다. 이사 후 종종 엄마와 함께 마실 삼아 동네 탐방 겸 주변 상가나 맛집을 찾아다니곤 했다. 그 과정에서 찾아낸 빵 굽는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매장은 카페처럼 커피 등 제조 음료와 함께 빵을 사서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전문 빵집인지 빵 나오는 시간도 하루 두 번 공지돼 있었고 마침 새로 만든 빵이 잔뜩 매대에 진열되어있었다. 처음 보는 종류까지 다양한 빵부터 비스킷류, 케이크는 물론 샌드위치와 샐러드까지 냉장 보관되어있는 신선식품 등 전체 상품진열 공간이 넓은 매장의 반 이상 차지할 정도로 빵 천지였다. 빵순이의 단골 리스트에 자동 등록되는 순간이었다. 계산하는 곳 너머 주방 공간이 개방되어 있.. 2022. 5. 11. 우연한 만남: 집비둘기 구조기 아침 운동 삼아 공원에 나갔다가 집비둘기 새끼를 구조했다. 평소 아침 운동 루틴으로 나간 산책 길에 공원 주변 둘레 길을 걷던 중 길 한 복판에 작은 비둘기가 주저앉아 있었다. 처음엔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람이 바로 옆을 지나가는데도 날아가기는커녕 꼼짝도 하지 않아서다. 얌전한 녀석이 신기해 사진에 담아보기도 했는데 눈만 깜빡일 뿐 가만히 있었다. 사진 찍으라고 포즈 좀 잡을 줄 아는 녀석이구나 싶었다. 겉으로 보기에 상처가 있거나 쓰러져 있는 것도 아니라 가만히 햇볕을 쐬고 있는 듯해 방해하지 않고 지나쳤다. 바퀴 때에도 그 자리 그대로 있는 모습을 보고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지켜보다가 가까이 다가가니 몸을 일으켜 움직이려 했다. 날개도 펴보지만 결국 날지 못한 채 절뚝거리며 조금씩 나를 피해.. 2022. 4. 27. 당연시하면 안 되는 것(Things you shouldn't take for granted) 둘째 이모가 수술을 했다. 요리사였던 이모에게 주어진 직업병이었다. 오랜 시간 주방에서 손으로 식재료를 다듬고 썰고 무거운 주방도구를 다루며 얻게 된 손가락 통증이었다. 오랜 시간 고통을 숙명처럼 받아들여 참기만 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고 몇 년 동안 증세가 악화되어 최근엔 거의 왼손을 쓰지 못할 정도로 심한 통증을 견디다 못해 결국 수슬을 받게 됐다. 왜 그리 오래 방치했느냐 다그치고 싶을 정도로 안타까웠다. 사실 모든 건 결국 밥벌이이기 때문. 60대의 이모는 150도 안 되는 작은 키에 여장부 같은 시원시원하고 리더십 있는 매력 넘치는 인싸(인기인)이다. 혼자가 되어 자유부인으로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지만 생계를 위해 잠시 쉴 틈 없이 고단하게 살아오느라 수술이 많이 미뤄진 것이리라. 결국 요리사로서.. 2022. 4. 25. 이전 1 2 3 4 5 6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