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사색/에세이*시*소설66 [자작시] 상허 이태준 고택에서 겨울을 무사히 난 가지 많은 나무 한 그루 정원 가득 뻗어나가 아니 닿는 곳 없다 봄기운 맞이하러 새순, 새잎 돋아나 금세 수북하여라 울창한 여름 꿈꾸는 정원의 나무 수줍게 봄을 노래한다 주인이 내온 알싸한 냉이차 봄 향기 가득해 한 모금 두 모금 내 몸속 세포도 기지개를 켠다 ***** 지인과 함께 방문했던 '상허 이태준 고택'에서 차 한 잔 시켜 놓고 정원을 바라보는데.. 작은 정원 하늘을 가득 채울 만큼 가지가 푸르게 뻗어있는 게 신기하고 예뻤어요. 다녀온 지가한참이라 여전히 그대로인지 모르겠지만 아련한 추억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나중에 혹시 성북동에 가실 기회가 있다면 고택에 들러 제철 차도 한 잔 드시고 여전히 그 나무가 잘 지내는지 안부 전해주세요^^ 상허 이태준에 대해, 작품의 경향은 지.. 2021. 4. 9. [자작시] 퇴근길 덥다. 코를 통해 들어온 더운 공기가 온 몸에 증기처럼 퍼져나간다. 손끝까지 느껴지는 열기가 불덩어리를 삼킨 것 같다. 해가 뉘엿, 어둑한 거리는 여전히 뜨끈한 지열을 내뿜고 있다. 아스팔트 도로와 맞닿아 버스를 기다리는 이 시간도 녹아내리고 있다. 벌새의 날갯짓 같은 낯선 여자의 부채질 소리, 요란하다. 그 숨 가쁜 손짓이 그려내는 간절함에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더운 몸을 식히려는 그 필사적 행위가 도리어 몸 안의 모토를 가열차게 돌리고 있는 건 아닐까? 더위로 느릿해진 주변과 달리, 그녀의 부채질은 점점 속도를 내고있다. 프로펠러처럼 힘차게 돌다 마침내 붕 떠올라 다른 세상으로 날아가려나 보다. 마음은 이미 대기층을 넘어 가늠할 수 없는 무중력, 찬 우주 공간이다. 지금 여기, 어둠에 쫓겨 온 식은.. 2021. 4. 9. [자작시] 꿈꾸는 씨앗 여기 씨앗 하나가 있다. 작고 메말라 볼 품 없어 스치운 바람 숨결에 몸을 띄워 정처 없이 가벼워도 바람이 쉬어가는 사이 차분히 내려앉은 어디라도 흙이 품어 안으면 물의 수유와 햇볕의 보살핌, 산들바람의 속삭임 따라 바스락 거친 껍질 밖으로 생명 품은 푸른 잎사귀는 꿈꾼다. 옛 기억, 하늘 높이 솟아 오른 푸른 소나무를 * 어느 학생과의 대화 후, 그 아이가 가진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 에너지 덩어리가 마치 '씨앗'같았습니다. 부디 그 아이가 깨닫길 바랍니다. 자신이 원래 하늘 높이 솟은 푸른 소나무라는 것을. 응원합니다. 모든 미완의 존재들을. ***** 예전 블로그 글을 옮겨왔습니다.(여기저기 블로그들을 통합+정리 중입니다) 출처: https://sudanaegong.tistory.com/entry.. 2021. 4. 9. [자작소설]그 여자 그 남자 안전거리-가제(1) *배경음처럼 함께 들어보세요^^ soundcloud.com/bangtan/180314songforarmy 그때 헤어지면 돼 By JK Of BTS 그때 헤어지면 돼 (cover, 2018) Vocal Arrangement by 정국 @ Golden Closet Mix Engineer - 정우영 @ Big Hit Studio Mastering Engineer - 정우영 @ Big Hit Studio *Original track: 그때 헤어지면 돼 - 로이킴 soundcloud.com 드디어 그 녀석이 왔다. 오지 않는 녀석을 기다리는 조급증을 더 이상 감추기 힘들어질 찰나 그가 왔다. 모임 자리에 도착한 순간부터 내내 그랬다. 누군가 우리 자리 쪽으로 올 때마다 티 내지 않으려 애쓰면서 그 .. 2021. 4. 9. 동인천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늦은 오후라서 승객 모두가 지루하고 나른한 공기 속에 있었다. 문득 눈에 들어온 건너편 곤하게 잠든 세 모녀의 모습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초등학교 2~3학년 즈음돼 보이는 큰 딸아이와 의자 위로 작은 다리가 달랑거리는 작은 아이, 수마에도 불구하고 보호하듯 아이들을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절로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꼭 예전 우리같이 느껴졌다. 명절 때가 되면 엄마와 나, 동생 셋이서 동인천 할머니 댁에 기차를 타고 가곤 했었다. 우리가 살던 서울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 인천까지 가려면 꼬박 2~3시간 동안 기차 안에서 보내야 했다. 자고 또 자도 눈을 뜨면 여전히 이동 중인 기차 안이어서 그 길이 얼마나 멀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몸살 날 만큼 머나먼 여정이 피곤해 도착할 즈음이.. 2021. 4. 9. 오랜 친구란 '우리는 사랑하는 친구들에 의해서 알려진 자들' -셰익스 피어- 수원 사는 고교 동창 친구 집에 오랜만에 놀러 갔다. 2020년을 건너뛰고 1년여 만이다. 함께 점심으로 리조또와 파스타를 먹으며 수다의 물꼬를 틀었다. 만난 순간부터 헤어질 때까지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오랜만이라 어색함이 찾아올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대화거리가 끊어지지 않고 샘솟았다. 친구 집에서 커피도 마시고 근처 호수공원에 산책도 다녀왔다. 어깨가 닿을 만큼 가깝게 붙어 걸으며 각자의 근황, 가족 이야기, 친구,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 최근 관심사 등등 화수분처럼 이야깃거리가 이어져 한 시간이 10분처럼 느껴졌다. 어느새 어둑해지고 저녁식사 전에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는 친구 딸이 귀가했다. 초등학생 때 보고 처음 본 거라.. 2021. 3. 18. 이전 1 ···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