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사색/에세이*시*소설62 동인천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늦은 오후라서 승객 모두가 지루하고 나른한 공기 속에 있었다. 문득 눈에 들어온 건너편 곤하게 잠든 세 모녀의 모습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초등학교 2~3학년 즈음돼 보이는 큰 딸아이와 의자 위로 작은 다리가 달랑거리는 작은 아이, 수마에도 불구하고 보호하듯 아이들을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절로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꼭 예전 우리같이 느껴졌다. 명절 때가 되면 엄마와 나, 동생 셋이서 동인천 할머니 댁에 기차를 타고 가곤 했었다. 우리가 살던 서울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 인천까지 가려면 꼬박 2~3시간 동안 기차 안에서 보내야 했다. 자고 또 자도 눈을 뜨면 여전히 이동 중인 기차 안이어서 그 길이 얼마나 멀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몸살 날 만큼 머나먼 여정이 피곤해 도착할 즈음이.. 2021. 4. 9. 오랜 친구란 '우리는 사랑하는 친구들에 의해서 알려진 자들' -셰익스 피어- 수원 사는 고교 동창 친구 집에 오랜만에 놀러 갔다. 2020년을 건너뛰고 1년여 만이다. 함께 점심으로 리조또와 파스타를 먹으며 수다의 물꼬를 틀었다. 만난 순간부터 헤어질 때까지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오랜만이라 어색함이 찾아올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대화거리가 끊어지지 않고 샘솟았다. 친구 집에서 커피도 마시고 근처 호수공원에 산책도 다녀왔다. 어깨가 닿을 만큼 가깝게 붙어 걸으며 각자의 근황, 가족 이야기, 친구,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 최근 관심사 등등 화수분처럼 이야깃거리가 이어져 한 시간이 10분처럼 느껴졌다. 어느새 어둑해지고 저녁식사 전에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는 친구 딸이 귀가했다. 초등학생 때 보고 처음 본 거라.. 2021. 3. 18. 이전 1 ···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