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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색/에세이*시*소설61

[자작시]울다 ver.1 넌 내게 눈물겹다 먹먹한 가슴 뿌예진 시야 시큰한 콧날 눈물 나게 하는 너 그리움 사무치는 너 또 그르르 흘러내리는 한 줄기 소나기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가슴에 맺힌 한 방울 굳어 화석이 된다 나도 가끔 아이처럼 소리 내 울고 싶어라 누군가 손 내어주고 가만가만 등 쓸어내리는 그리운 손길 그 온기 이유 없이 서럽게 울어도 이쁨 받던 어린 시절이여 ********** 그냥 이유 없이 서러워져 눈물 날 때가 있다. 어쩌다 혼자 잠들 때 이불을 적시기도 한다. 그럴 때면 아무거라도 핑계를 댄다. 지금 보고 있는 드라마 주인공이 불쌍해서 갑자기 먼지가 들어가서, 뭐 어쩌고저쩌고... 사실은 뒤늦게 생각난 억울함일 수도 있고 오래전 기억 속 잊지 못한 그리움일 수도 있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한 맺힘 .. 2021. 4. 29.
[자작시]길 위에 나그네 불완전한 존재야, 사람은 늘 안절부절 자꾸 흔들리고 몸살 나게 행복하고 완전해 못 견디게 외롭기도 덧없기도 오늘은 미칠 듯이 사랑하고 내일은 또 죽일 듯이 미워해 매일매일 오르막 내리막 롤러코스터 위 어지럽기만 포기 못해 넘어지고 다쳐도 행복의 파랑새 찾아 떠나지 길 위에 나그네 미련 남기고 또 다른 미련 찾아 떠나간다 ********** 평소 여기저기 끄적거리는 걸 좋아해서, 일기장에서부터 수첩, 메모 어플까지 다양하게 메모를 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찰나의 순간 떠오른 생각들을 꾸밈없이 날 것대로 적어둔 채 잊어버렸다가 문득 다시 찾아 수정하고 덧붙이고 확장해나가곤 합니다. 이번에도 메모해 놓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다시 보고 뒤집어 보고 뜯어보고 해체하고 그러다 얼렁뚱땅 끝맺음을 보네요. 가장 고민.. 2021. 4. 20.
회색빛 친구 Y 중학교 3학년 때 난생처음 단짝 친구가 생겼어요. 학교에서만 주로 어울려 놀던 어린이에게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가 생긴 거죠. 하교 후에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관심사와 고민, 불안, 꿈 등 무궁무진한 이야기들로 솔직하게 마음을 나누는 솔메이트가 되었어요. 각자 다른 고등학교로 배정되기 전까지 거의 매일 만날 정도로 정말 마음 많이 주고 좋아했던 친구였어요. 나와 정말 다른 친구였기에 더 끌렸어요. 이상주의자에 구김살 없이 해맑기만 한 나와 달리 세상을 회색빛으로 보는 염세주의자인 까칠이여서 신기하고 더 알고싶었어요. 우리는 어울리지 않은 요상한 조합이었지만 그래서 더 좋았어요. 록음악을 좋아하는 친구 따라 대학가 음악다방까지 가서 뮤직비디오를 보고 오고 한강공원에 나가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며 .. 2021. 4. 18.
9남매 중 맏이 9남매 중 맏이인 엄마에게는 아래로 네 명의 여동생과 네 명의 남동생이 있다. 그 당시 9~10남매 정도야 흔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공교롭게도 엄마 아래 두 명까지만 한 배를 빌어 났고 그 아래 여섯은 배다른 형제자매다. 친모인 외할머니 외에도 여럿의 첩을 둔 외할아버지로 인해서다. 단지 아들을 얻기 위해서였다.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는 본처였고 아들딸 번갈아가며 열 명이나 출산했으나 딸 셋만 살아남았다. 아들을 못 낳았다는 이유로 여러 첩들과 그들의 소생까지 돌보며 노비처럼 평생 일만 하셨다. 흥부 부인처럼 줄줄이 자식 건사하며 고된 농사일을 하느라 일찍부터 허리가 굽었다. 풍류 좋아하는 남편 뒷바라지는 당연한 일이고. 그런 외할아버지라도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일찍 사별하셨다. 그래서일까? .. 2021. 4. 16.
연락처를 정리할 때가 왔다. 카톡이나 페이스북 등 사람 사이의 소통 도구가 다변화 된 요즘, 스마트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부 용량만 차지한 채 처치곤란인 ‘그냥 아는 사람들’ 목록이 늘어날 때면 답답할 때가 있다. 나만의 고민이 아닌지 이 때문에 아예 카톡을 삭제했다는 어떤 이의 사연이 기사화되기도 한다. 나 역시 적지 않은 사회생활 통해 마주친 많은 인연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가는 연락처 속에 진짜와 가짜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었고 ‘친구’와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편의상 일시적으로 연락처를 나눈 업무 관계, 서로 연락하지 않는 과거 직장동료, 그동안 한 번도 연락하지 않으면서도 막상 지우기도 애매하여 형식적으로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스쳐간 인연들의 목록을 정리하려는 데 문득 떠오른 기억 하나가 있다... 2021. 4. 9.
[자작시] 상허 이태준 고택에서 겨울을 무사히 난 가지 많은 나무 한 그루 정원 가득 뻗어나가 아니 닿는 곳 없다 봄기운 맞이하러 새순, 새잎 돋아나 금세 수북하여라 울창한 여름 꿈꾸는 정원의 나무 수줍게 봄을 노래한다 주인이 내온 알싸한 냉이차 봄 향기 가득해 한 모금 두 모금 내 몸속 세포도 기지개를 켠다 ***** 지인과 함께 방문했던 '상허 이태준 고택'에서 차 한 잔 시켜 놓고 정원을 바라보는데.. 작은 정원 하늘을 가득 채울 만큼 가지가 푸르게 뻗어있는 게 신기하고 예뻤어요. 다녀온 지가한참이라 여전히 그대로인지 모르겠지만 아련한 추억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나중에 혹시 성북동에 가실 기회가 있다면 고택에 들러 제철 차도 한 잔 드시고 여전히 그 나무가 잘 지내는지 안부 전해주세요^^ 상허 이태준에 대해, 작품의 경향은 지.. 2021. 4. 9.
[자작시] 퇴근길 덥다. 코를 통해 들어온 더운 공기가 온 몸에 증기처럼 퍼져나간다. 손끝까지 느껴지는 열기가 불덩어리를 삼킨 것 같다. 해가 뉘엿, 어둑한 거리는 여전히 뜨끈한 지열을 내뿜고 있다. 아스팔트 도로와 맞닿아 버스를 기다리는 이 시간도 녹아내리고 있다. 벌새의 날갯짓 같은 낯선 여자의 부채질 소리, 요란하다. 그 숨 가쁜 손짓이 그려내는 간절함에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더운 몸을 식히려는 그 필사적 행위가 도리어 몸 안의 모토를 가열차게 돌리고 있는 건 아닐까? 더위로 느릿해진 주변과 달리, 그녀의 부채질은 점점 속도를 내고있다. 프로펠러처럼 힘차게 돌다 마침내 붕 떠올라 다른 세상으로 날아가려나 보다. 마음은 이미 대기층을 넘어 가늠할 수 없는 무중력, 찬 우주 공간이다. 지금 여기, 어둠에 쫓겨 온 식은.. 2021. 4. 9.
[자작시] 꿈꾸는 씨앗 여기 씨앗 하나가 있다. 작고 메말라 볼 품 없어 스치운 바람 숨결에 몸을 띄워 정처 없이 가벼워도 바람이 쉬어가는 사이 차분히 내려앉은 어디라도 흙이 품어 안으면 물의 수유와 햇볕의 보살핌, 산들바람의 속삭임 따라 바스락 거친 껍질 밖으로 생명 품은 푸른 잎사귀는 꿈꾼다. 옛 기억, 하늘 높이 솟아 오른 푸른 소나무를 * 어느 학생과의 대화 후, 그 아이가 가진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 에너지 덩어리가 마치 '씨앗'같았습니다. 부디 그 아이가 깨닫길 바랍니다. 자신이 원래 하늘 높이 솟은 푸른 소나무라는 것을. 응원합니다. 모든 미완의 존재들을. ***** 예전 블로그 글을 옮겨왔습니다.(여기저기 블로그들을 통합+정리 중입니다) 출처: https://sudanaegong.tistory.com/entry.. 2021. 4. 9.
[자작소설]그 여자 그 남자 안전거리-가제(1) *배경음처럼 함께 들어보세요^^ soundcloud.com/bangtan/180314songforarmy 그때 헤어지면 돼 By JK Of BTS 그때 헤어지면 돼 (cover, 2018) Vocal Arrangement by 정국 @ Golden Closet Mix Engineer - 정우영 @ Big Hit Studio Mastering Engineer - 정우영 @ Big Hit Studio *Original track: 그때 헤어지면 돼 - 로이킴 soundcloud.com 드디어 그 녀석이 왔다. 오지 않는 녀석을 기다리는 조급증을 더 이상 감추기 힘들어질 찰나 그가 왔다. 모임 자리에 도착한 순간부터 내내 그랬다. 누군가 우리 자리 쪽으로 올 때마다 티 내지 않으려 애쓰면서 그 .. 2021. 4. 9.
동인천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늦은 오후라서 승객 모두가 지루하고 나른한 공기 속에 있었다. 문득 눈에 들어온 건너편 곤하게 잠든 세 모녀의 모습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초등학교 2~3학년 즈음돼 보이는 큰 딸아이와 의자 위로 작은 다리가 달랑거리는 작은 아이, 수마에도 불구하고 보호하듯 아이들을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절로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꼭 예전 우리같이 느껴졌다. 명절 때가 되면 엄마와 나, 동생 셋이서 동인천 할머니 댁에 기차를 타고 가곤 했었다. 우리가 살던 서울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 인천까지 가려면 꼬박 2~3시간 동안 기차 안에서 보내야 했다. 자고 또 자도 눈을 뜨면 여전히 이동 중인 기차 안이어서 그 길이 얼마나 멀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몸살 날 만큼 머나먼 여정이 피곤해 도착할 즈음이.. 2021.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