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직장 동료로 알게 된 친한 동생이 있다. 먼저 손 내밀 줄 아는 적극성과 더불어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친화력으로 어딜 가든 인싸가 될 정도로 인성이나 태도 모두 바르고 기본적으로 선의가 느껴지는 좋은 사람이다. 나의 경우, 어느 곳에 가든 최소 한 명 이상 친구를 만드는 습관(?) 덕분에 퇴직 후에도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동생이지만 배울 점이 많은 멋진 사람이기에 가까이서 응원하고 싶었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관계가 계속 이어지길 바랐다. 2020 팬데믹 시절에도 연락을 주고받은 몇 없는 지인들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 번의 빈번한 연락이 있었고 공교롭게도 매번 부탁이나 요청이 따라왔다. 그 때문일까? 마지막 통화에선 부담이 느껴졌고 부드럽지만 단호한 거절 이후 연락이 끊어졌다. 예상했으나 씁쓸한 건 피할 수 없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연결을 돕는 수단-전화나 문자, SNS 등을 통한 소통에는 연락한 이유, 즉 '용건'이란 게 존재하기 마련이다. 특히나 연락의 빈도가 뜸 한 사이나 오랜만의 연락인 경우, 처음에 전화 건 이유, 즉 용건부터 물어보는 경우가 왕왕 있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처럼 자주 연락하는 사이에는 특별한 용건 없이 안부나 근황이 궁금하여 연락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용건이 생기면 상대방과 소통한다. 당연하다.
그럼에도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생각나고 보고싶어 했다는 전화가 더 반가운 건 왜일까?
연락을 할 때 열에 아홉의 경우 용건이 있다손 치더라도 나머지 한 번은 그냥 궁금해서 목소리가 듣고 싶어 연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 해도 그렇다. 아무 이유 없이 문득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TV 뉴스를 보다가 누군가의 안부나 근황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생각만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어느 땐 무작정 전화를 걸거나 메신저로 문자를 남긴다. 또 맛있는 것을 먹거나 특별한 이벤트가 생겼을 때 감정과 추억을 공유하거나 알리고 싶을 때 얘기하고 싶은 얼굴이 떠오른다. 그렇게 '누군가의 안녕'과 '나의 무사함'을 확인하고 '감정'과 '추억'과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것이다.
어떤 인연은 '용건'이 중요하지만 어떤 인연은 그냥 있는 그대로 내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위안이 된다.
모든 인연이 다 소중하지만 어떤 인연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아닐까?
당장 나부터, 그동안 생각만 하고 먼저 연락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용기 내 전화를 걸어봐야겠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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