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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색

감사일기 2022.06.07ㅣ비 오는 날 도서관

by 별사색 2022. 6. 7.

 

비오는 날, 출처: Pexels 무료 이미지

어제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가뭄을 씻어내기엔 충분하진 않아도 꽤 숨통이 트일 정도는 될 듯하다. 여름을 향해 가던 더위가 힘 세지기 직전에 내린 촉촉하고 시원한 빗물에 한 풀 기세가 꺾인 느낌이다. 어쨌거나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경우 농사와 하등 상관없는 사람이라 가뭄에 대해 관심 갖지도, 걱정조차 해본 적 없지만 분명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에 영향을 끼쳤을 터이다. 개인적으로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으로서 뜨겁게 달궈져가던 때에 시의적절하게 내리는 비가 감사하다. 공기 중 먼지와 눅진하게 찌든 때까지 모두 빗물에 씻겨내려가 숨 쉴 때 상쾌한 느낌이다. 물론 습기로 눅눅해진 질감은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틀째 내리는 빗물에 충분히 적셔진 공원의 나무도 길가의 가로수도 길바닥 틈틈히 보이는 이름모를 풀들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초록빛 잎을 가진 식물들이 생기 넘쳐 보인다. 이 비가 그치면 곧 뜨거운 여름이 빠르게 다가와도 한동안 버틸 만하겠다.

비가 와서인지 도서관에 사람이 평소보다 적어서 한적하고 여유롭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활기도 좋지만 넓고 빈 공간이 때로는 반갑기도 하다. 빗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차분한 내부 분위기는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 더할 나위 없이 안온하다. 감사하게도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대여한 책 3권을 채 손대보지도 못하고 반납해야 했다. 손이 가지 않아도 계속 들고 다니다 결국 포기. 아쉬움에 한 권이라도 어떻게 읽어보려고 계속 붙들고 있다. 오늘 귀가하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훑어보려고 하는데 일단 마음을 비웠다. 책 욕심에 이것저것 관심 가는 건 일단 대여부터 하지만 어느 땐 채 들쳐 보지도 못한 채 반납하기도 한다. 다독하고 싶은 욕심만 크고 속독은 불가능하고 정독으로도 부족해 필사해가며 읽는 버릇 때문에 책 한 권 보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든다. 이젠 인정할 때다. 욕심껏 여러 권 빌려봤자 1~2권 읽기도 벅차다는걸. 어쨌거나 세상에 관심 가는 지식이나 정보는 넘쳐나는데 읽고 생각할 시간이나 여유가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건 나의 조급함이 문제일 거다. 그럼에도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씨름하는 스스로를 너무 탓하거나 몰아세우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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