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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색

감사일기 21.10.18ㅣ가족이란

by 별사색 2021. 10. 18.

 

화목한 가족 사진, 출처: Pexels

1. 전날 밤에 내려온 이모들을 보고 반가워하시는 102세 외할머니의 주름 가득한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엄마와 이모 둘, 외할머니와 손녀인 나까지 삼대가 모여 아침부터 이야기꽃이 피었다. 바깥 날씨는 성큼 겨울이 와서 추웠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집안 가득 온기가 차올라 감사했다.
지난 5년여 동안 건강악화로 보살핌이 필요했던 외할머니를 큰 딸인 엄마가 모시고 사셨다.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하신 뒤 입버릇처럼 집성촌인 고향에 돌아가 죽고 싶다고 말씀하셨던 외할머니의 뜻에 따라 작년부터 작은 할머니와 함께 전문 도우미의 돌봄을 받으며 지내셨다. 두 분이 함께 산 지 채 1년이 지나기도 전에 예상했던 대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 결국 큰삼촌이 외할머니를 여기 큰 딸 집에 모셔놓고 갔다.
오랜만에 뵙는 외할머니는 마르고 거동이 더 어려워지신 듯 보였다. 며칠 동안 엄마가 할머니 몸보신을 위해 꼬리곰탕, 된장 우거짓국, 나물 등 좋아하시는 음식들 위주로 만들어드렸더니 식욕이 돌아오셨는지 잘 드시고 살도 오르셨다. 그렇게 기운 차린 외할머니는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세 자매 앞에서 그간 속상했던 일들에 대해 조곤조곤 속풀이 하셨다. 기억력도 또렷하시고 영민하신 외할머니는 작은 할머니와의 갈등과 오해로 심신 모두가 힘드셨다 한다. 다시 가고 싶지 않다고 큰딸과 함께 살고 싶다고 엄마와 이모들에게 말씀하시니 아예 이곳에 오셔서 지내실 듯싶다. 조만간 서울 큰 병원에 진료 다녀오셔야 하니 이참에 삼촌들과 만나 외할머니 거취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고 오신다 했다.
부디 외할머니가 마음 편히 지내시면서 건강하게 세 자매 곁에 오래도록 머물러 계시길 바란다.

2. 오랜만에 고속버스가 아닌, 승용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에 올라왔다. 드라이브를 실컷 해서 좋았다. 물론 중간에 차가 밀리는 정체 구간이 있어 내내 시원하게 질주하진 못했지만.
피로와 싸워가며 운전해준 둘째 이모, 등이 굽어 불편할 터인데 한 번도 표현하지 않고 묵묵히 참고 인내한 외할머니, 옆에서 귤 까주던 셋째 이모, 역시나 옆에서 할머니와 이모들과 딸내미 기분 및 컨디션을 챙기는 엄마 그리고 뒷좌석 가운데 좁은 틈에서 잘 버티고 올라온 나까지 모두 고생 많았다. 별 탈없이 무사히 도착할 수 있어 감사하다.

3. 한달만에 온 동생 집에는 동생 부부가 지인들과 모임을 갖고 어울려 놀고 있었다. 처음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거실 풍경이 당황스러우면서도 활기차고 북적북적한 게 즐거워 보였다. 아는 얼굴이 대부분이라 반갑기도 했다. 가족단위의 모임이다 보니 어른들과 아이들이 나뉘어서 어울려 노는 모습을 조금 떨어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훈훈했다. 잠시 동안 코로나, 팬데믹 등 바깥 상황에 대해 잊을 만큼 그리운 풍경이었다. 다들 건강하고 무탈하게 지낸 듯하여 다행이다.


어두운 터널 길 끝이 보이는 시점이니 방심하지 말고 올 겨울도 모두 무사 안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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