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
입 밖에 내어 놓으면
명치가 저려오고 코 끝 찡한
먹먹한 그리움이여
제 몸 생명 나눠주고도
더 달라 보채는 원망마저
달게 받는 이여
가진 걸 다 내어 놓고도
더 줄 수 없어 미안해하는
누추하고 남루한 이여
요람처럼 아늑하고
햇볕처럼 따사로운
낡은 담요 풀 먹인 내여
그 이름 앞에서
누구나 천둥벌거숭이
철부지 될 수밖에
나를 세상으로 밀어낸
그 이름
더 이상 부를 수 없을 때
아이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외로움이 된다
*****
나는 아직도 아이인가 보다.
아직도 '엄마' 타령인 걸 보면..
그래도 아직 내 곁에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다.
조금 더 어른 아이로 남아있고 싶다.
시 제목을 정하지 못하고 한 참을 고민했다.
'마음의 쉼터', '그루터기', '아낌없이 주는 나무' 등등
고민이 쌓여 결정장애를 일으킬 때쯤
그냥 '그 이름'으로 하기로 했다.
꾸밈없이 특별한 표현 없이 그냥 '그 이름'
그게 엄마일 수도 있고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누군가 일 수도 있고.
암튼 시는 참 어렵다. 물론 그냥 이렇게 저렇게 끄적이다가 어설피 쓴 게 대부분이지만..
어쨌든 어렵지만 이렇게라도 무언가 끄적이다 보면 뭐라도 남겠지 싶어 그냥 써봤다.
맨날 엄마한테 투정만 부리다 아주 가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깨달음이 온다.
그럴 때에서야 아차 싶다. 좀 더 잘해드려야지라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잘 실천이 안 된다.
'어른 아이'가 언제쯤 진짜 어른이 될지 모르겠지만..
부디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그 이름' 계속 부를 수 있게 오래오래 건강하게 내 곁에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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