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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색/에세이*시*소설

홀로 치열한, 글쓰기에 대해

by 별사색 2021. 6. 21.

 

글을 쓰려고 펼친 메모장 흰 여백에 가끔 막막해질 때가 있다. 출처: Pexels

"봄에 대해 쓰고 싶다면 이번 봄에 무엇을 느꼈는지 말하지 말고 무슨 일을 했는지 말하세요. 사랑에 대해 쓰지 말고 사랑했을 때 연인과 함께 걸었던 길, 먹었던 음식, 봤던 영화에 대해서 쓰세요. 감정은 절대로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전달되는 건 오직 우리가 형식적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이에요. 이 사실이 이해된다면 앞으로는 봄이면 시간을 내어서 어떤 특정한 꽃을 보러 다니시고 애인과 함께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그 맛은 어땠는지, 그날의 날씨는 어땠는지 그런 것들을 기억하려고 애쓰세요."

-이외수 「글쓰기 공중부양」(동방미디어, 2006)

 

최근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무엇을 써야 할지,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지, 뻔하지 않게 쓰기 위해 어떤 노력이나 시도들을 해야 할지 등등 많은 물음표들이 생겨났다.

 

그에 대한 해답 또는 실마리를 얻기 위해 글쓰기 관련 책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훑어보고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도서관 작문 코너에 책 한 권을 발견했고 그 안에 인용된 많은 작가들의 혜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삶의 무기가 되는 글쓰기」(임재성 지음, 문예춘추사)를 통해,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인용글들을 만나게 되었고 많은 영감을 받았다. 특히나 인상 깊고 마음에 울렸던 내용은 기록해 두고 두고두고 곱씹어 볼 예정이다.

 

세계적인 글쓰기 전도사 '나탈리 골드버그'는 저서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한문화, 2018)에서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첫째, 머리에 떠오른 첫 생각을 쓴다. 무조건 생각나는 것을 써보는 것이다. 일단 쓰다 보면 쓸 거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게 되어있다.

둘째, 펜을 놓지 않고 계속 쓴다. 방금 쓴 글을 읽기 위해 손을 멈추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 쓰는 글을 조절하려고 머뭇거리게 된다.

셋째, 편집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쓴다. 쓸 의도가 없는 글을 쓰고 있더라도 그대로 밀고 나가라는 것이다.

넷째, 오·탈자나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다.

다섯째, 마음을 통제하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내버려 두어라. 일단 쓰는 것이 목적이다."

 

"글 잘 쓰는 기술은 애초에 가르칠 수 없다. 쓰는 것만이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이며, 그러는 동안은 필시 황홀하기 짝이 없는 글감옥을 경험할 것이다." - '조정래' 작가의 말처럼 글은 써봐야 느는 법.

 

단기간에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비결, 필사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언도 눈여겨볼 만했다.

「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리마커블, 2016)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골라서 베껴 써보라. 연필로 써도 좋고, 컴퓨터에 옮겨 써도 좋다. 당신의 글쓰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대부분 정신적인 것들. 그러나 작가의 언어를 당신의 손으로 다시 한번 써보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육체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플래너리 오커너나 레이먼드 챈들러가 그들의 대작을 완성할 때 마지막으로 느꼈던 감정의 편린들을 당신도 느끼게 해 주는 그런 경험 말이다."

 

대가나 선망하는 작가의 글을 필사함으로써 문장이나 표현력 등 글 감각을 익히다 보면 나만의 문체를 완성해 나갈 수 있다고 독려했다.

 

또한 '글쓰기'의 요령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언도 기억에 남았다.

 

"무엇을 쓰든 짧게 써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명료하게 쓰라. 그러면 이해될 것이다. 그림같이 쓰라. 그러면 기억 속에 머물 것이다." - 언론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쳐상을 만든 '조지 퓰리쳐' 

 

"사진을 들여다보듯 하나하나 선명하고 분명한 어휘로 써야 한다." - '나탈리 골드버그'

 

"글쓰기가 단번에 완성되는 '생산품'이 아니라 점점 발전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전까지는 글을 잘 쓸 수 없다." - 「글쓰기 생각 쓰기」(돌베개, 2007)의 저자 윌리엄 진서

 

자기 글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이거나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큰,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해 다음의 말도 기억해 두어야겠다.

 

"글 쓰는 내내 머릿속의 검열자가 잔소리를 한다면, 그리고 그 때문에 글쓰기가 안 된다면, 일단 그걸 무시하라. 무시하고 진행해서 글을 다 써라. 그다음에 고쳐 쓰면 된다. 또 외부 비판자나 독자가 버겁다면 일단 무시하라. 글을 끝낸 다음에 생각하라." - '로버타 진 브라이언트' 

 

마지막으로 가장 위로가 됐던 말은 다음과 같다.

 

"아무리 형편없는 글이라도 고치고 고치면 좋아집니다." 

 

대가들도 '초고'가 걸레가 되도록 퇴고를 반복한다는데 무슨 말을 더 할까? '글쓰기'는 어쩌면 끝이 없는 성장을 위해 치열하게 혼자만의 싸움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갈 길이 먼 입장에서 우선 잘 쓰려는 욕심부터 내려놓아야겠다. 아무리 지루하고 지난한 과정이라도 계속 쓰고 고치고 다듬어가다 보면 언젠가 나만의 문체를 완성할 수 있으리란 믿음을 갖고 '글쓰기' 과정 자체를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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