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 없이 고쳐 쓴
문자메시지
보내지 못해
속 끓이다
한 참 지나 겨우
보낸 한 마디
내가 잘 못했어
미안해(지친다. 이제 그만하자)
셀 수 없이 썼다 지웠다
이게 무슨 짓인지
속상한 마음에
속엣말 가공 못하고
툭 튀어나간
한 마디
금이 간 우리 사이
어떤 말도 변명 같고
왜 내 맘 몰라, 야속하고
좀 더 세련되게, 오해 사지 않게
말 못 한 내가
답답해 더 밉다
어떡하지?
말할수록
오해가 쌓이는 기분
뭔가 잘해보려다
망친 기분
마음 밭에 가뭄이 왔어
요샌 나도 지친다(이제 그만 하자)
그래, 너도 그런 거겠지
답답한 마음
끝나지 않은 오해
무한궤도처럼
반복되는 다툼
서로를 할퀴고
상처와 눈물로 얼룩진
잠 못 드는 밤 켜켜이
보내지 못한
문자메시지만
썼다 지웠다
눈 밑 그늘이
깊어만 간다
늘어난 한숨
잠 못 이뤄
가슴은 답답한데
텅 빈 바람 불고
편지함 속 옛 편지처럼
먼지를 뒤집어쓰고
나날이 생기를 잃어가는
금이 간 우리 사이
상처와 결핍을
주고받는 우리 사이
타들어가 재만 남은
우리 사이(끝이 보여)
유통기한을 지나
폐기를 기다리나
시한폭탄 같은 우리 사이
끝을 예감하는 초침 소리
요란하다(이제 끝내)
홧김에 이별을 고할까?
그럼 우린 행복해 질까?
썼다 지웠다
문자메시지
우리 사이(끝이 보여)
눈물 상처도
지울 수 있나
우리 사이(이제 끝내)
*****
'작사'라고 하기 좀 부끄럽지만 노랫말 같은 템포가 느껴져서 혼자 납득하고 써 보았어요.('내 멋대로 작사가'라고 자기세뇌 중입니다. ^^)
어느 날 동생과 심한 말다툼 후에 후회하며 미안한 마음 담아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썼어요. 다 쓴 글을 고치고 또 고치면서도 미진하게 느껴져 못 보내고 있었는데 '연인 사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영감이 떠올라 써 내려간 글이었어요.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면 화난 감정으로 서로를 공격하다가 어느 한쪽이 패배를 인정하거나 또는 둘 다 패잔병처럼 상처투성이가 되어야 제 풀에 지쳐 끝이 나죠. 그러고 나면 참 난감하고 어색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미 싸움은 벌어졌고 수습하지 못한 감정들로 서로 마음만 상한 채 애매하게 냉전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다 아무렇지 않게 누가 먼저랄 거 없이 말 걸고 웃고 떠들면서 흐지부지 넘겨버리기 일수죠.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정식으로 사과하고 화해를 하는 일이 드문 것 같아요.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요.
그런데 문제는 제대로 화해를 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간 감정의 찌꺼기가 계속 남아 쌓여간다는 거죠.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마음속엔 처치 곤란한 해묵은 감정이 단단한 벽처럼 굳어져 손 쓸 수 없게 됩니다. 반복된 상처와 실망, 해소되지 못한 부정적 감정에 지쳐서 최악의 경우 상대방과의 관계 자체를 훼손하거나 포기하게 돼요.
물론 어떤 관계가 나에게 아픔과 슬픔, 괴로움뿐이라면 관계를 끝내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르겠죠. 그러나 단절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특히 그 대상이 가족이나 연인같이 특별한 관계라면요.
어떻게 해서든 해결해야 할 부분도 있고 일부 양보하고 받아들여야 관계를 원만하게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중요한 건 관계의 끝을 맺느냐 이어가느냐의 선택이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 온전히 책임지는 것이 성숙한 관계 맺음이 아닐까 싶네요.
'행복'해지기 위해 반드시 '사람'이 필요한 우리들이니까 어렵고 힘들어도 '관계'를 잘 맺기 위해 매번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딪혀보는 거겠죠? 저는 주로 '갈등 회피' 전략을 썼는데 이것 또한 문제 해결을 지연시켜 일을 더 크게 키우는 경우가 많았어요. 끝까지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니 결국 상대와 갈등 원인을 함께 해결해야만 해요.
때론 너무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어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나'를 위해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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