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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색/에세이*시*소설

엄마밥상

by 별사색 2021. 7. 8.

 

행복한 식사, 출처: pexels

얼마 전 허리 디스크로 요양차 엄마가 있는 논산에 내려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엄마는 한결같은 환한 미소로 반겨주셨다. 물론 조심하지 않고 다쳐서 왔냐고 애정 듬뿍 담긴 잔소리도 잊지 않으셨다.

다행히 등짝스매싱은 건너뛰었다.

까맣게 탄 얼굴이 조금 마른 듯 했지만 다행히 건강해 보이는 엄마의 해맑은 모습에 그리움이 가셨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무심하게 연락도 없다가 힘들거나 지칠 때 제일 먼저 찾게 되는 게 엄마인 걸 보면 아무리 나이 먹어도 엄마 앞에선 늘 아이가 되어버린다.

어른이 되고 독립한 후 나를 위한 밥상 차리기도 힘 들 만큼 지친 날이면 더욱 그렇다. 엄마에게 달려가거나 그러지 못하면 전화로 투정을 부리고 싶어 진다. 무조건적인 애정과 지지가 보장된 엄마라는 울타리와 그늘 아래서 맘껏 쉬고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 집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안정감과 편안함에 긴장으로 굳어진 어깨부터 풀어진다.

먼길 오느라 고생했다며 엄마는 밥상부터 내오신다. 나는 겨우 손 씻고 옷 갈아입는 그 짧은 시간에 나만을 위한 엄마밥상이 뚝딱 차려졌다. 도깨비방망이라도 휘두르신 모양이다.

차린 게 없다고 거드시는데 한상 거하다. 냉장고 속 반찬을 몽땅 내어놓고도 모자라 자꾸 뭘 더 해준다 하신다.

엄마가 아낌없이 내온 찬과 싱싱한 야채들을 먹는 동안 본인은 이미 배불리 먹었다면서도 자리를 뜨지 않고 곁에 있어주신다. 자식이 혼밥 하지 않게 계속 옆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엄마 얘기 들으랴 밥 먹는 틈틈이 대답하랴 조금 바쁘지만 밥맛도 좋고 기분은 더 좋다.

엄마밥상은 그 자체로 이미 사랑이다. 찬이 많든 적든 정성이 가득한, 사랑으로 채운 에너지 원천이다.

누군가 날 위해 아무 대가 없이 밥상을 차려주는 게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일인지 이젠 알게 되었다. 당연하게 여기던 일들이 실은 당연한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때서야 겨우 어른이 된 게 실감 난다.

여전히 내가 놓치고 사는 게 많다. 부디 너무 늦지 않게 깨우치길 바랄 뿐이다.

엄마가 날 위해 차려줄 밥상을 떠올리며 지친 몸과 마음에 기운을 불어넣어 본다. 감사함을 느낀 만큼 표현하는 것에 인색하지 말자 다짐해본다.

어떤 밥상을 마주하더라도 잊지말고 말해야겠다.

 

"오늘도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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