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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색/에세이*시*소설

심신 안정엔 걷기가 최고(+수정)

by 별사색 2021. 5. 14.

공원 산책하는 아이, 이하 출처: Pexels

요새 감정조절이 잘 안된다. 좀.. 뭐랄까? 사소한 일에 신경이 쏠리면서 급작스럽게 짜증과 신경질이 나온다. 갱년기 증상 때문인지 아니면 자의로 자가격리 중인 집콕 증후군이나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 때문인지 헷갈린다.

롤러코스터를 타 듯 오르락내리락 감정이 널을 뛴다. 맑았다 흐렸다 기분이 변덕을 부린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 같다.

그럴 땐 무조건 걷는다. 최대한 간편한 옷을 챙겨 입고 핸드폰, 이어폰만 챙겨 밖으로 나가 걷기 시작한다.

평소 즐겨듣는 기분 전환용 신나는 음악 리스트를 재생시켜 리듬에 몸을 맡기면 어느새 열나는 머리를 식히고 복잡한 마음을 비울 수 있다. 마치 경보 경기에 임하듯 내딛는 발과 다리에만 집중하다 보면 비워지게 된다. 그것이 어떤 감정이든 어떤 생각이든 비우는 게 목적이니까.

걸을 땐 너무 속도를 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산책하듯 느긋하게 걷기보다 보폭을 넓히고 부러 힘차게 발을 쭉쭉 뻗으며 걷는다. 발 끝까지 꾸욱 힘주어 내딛다가 때론 음악에 동화되어 가볍게 걷다 보면 널뛰듯 짜증 나고 또 저조했던 마음이 평온해진다. 폭풍과 파도가 가라앉는다. 역시 심신안정엔 걷기가 최고인 듯.

장소는 어디든 좋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집 근처 한적한 골목길 따라 구불구불 동네 탐방하는 것도 좋고, 지하철역 같은 번화한 곳까지 걸어갔다 오는 것도 좋고, 운 좋게 가까이에 재래시장이 있다면 구경하다가 싸고 맛있는 간식까지 먹을 수 있어 좋다.

나의 경우 집근처에 한강 공원이 있어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경험상 탁 트인 공간을 추천한다. 이왕이면 자연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고 평소와 다른 시공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공원과 같은 장소 말이다.

한강 공원 강 옆을 따라 걷다 보면, 스쳐 지나가는 바람, 흐르는 강물, 산책하는 사람들과 반려동물들,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들, 이름 모를 풀들, 나무줄기와 작은 새들까지 모든 것들이 한 데 모여 풍경이 되고 눈 앞에 가득 펼쳐진다. 시선을 빼앗기고 마음까지 채운다. 내 안에 부글부글 끓고 있던 무언가에서 벗어나는 찰라.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음악과 맞아떨어질 때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나 역시 하나의 풍경이 되면 심기 복잡하게 꼬인 나는 사라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이 일으킨 두통이 가라앉고 열이 식으면 체한 듯 답답했던 숨통도 트인다. 드디어 평화가 찾아온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길이 더없이 가볍다.

시간은 아무 때나 상관없으나 햇빛이 있는 낮에는 비타민D를 생산할 수 있어 좋고 해가 진 후 어둔 밤에는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할 수 있어 좋다. 그러니 좋아하는 장소를 다양한 시간대에 경험해보면 기쁨이 배가 될 것이다.

풍경 속에서 걷기

때로는 걷기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아니 사실은 많다.


걷기는 화, 불안 등 부정적 기운을 휘발시켜서 마음을 다스리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지는데 도움이 되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원인일 경우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아니다. 다만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거나 긍정적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평화로운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렇게 평화로운 상태에 이르러도 결국은 갈등의 대상인 사람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만 한다. 물론 피할 수 없는 과제를 맞닥뜨리기 전에 내 마음을 다스림으로써 현명하게 대처할 에너지를 얻는 것만으로도 걷기의 효과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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