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스훈트 오비는 초고도 비만견이다. 고령인 전 주인이 음식을 많이 줬지만, 산책을 시키지 못해 체중이 엄청나게 늘었던 것. 현재 보호자인 노라 씨는 오비를 도와달라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보고, 바로 입양을 결심했다고 한다.
처음 구조됐을 때 35kg였던 오비는 뱃살이 땅에 닿아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였다. 풍선처럼 부풀어 꼼짝도 할 수 없는 모습에서 절망과 불가능이란 수식어가 떠올랐다.
현재 날렵한 몸매로 내달리는 모습이 될 때까지 1년간의 도전이 담긴 영상은 짧지만 여운은 길었다. 오비만큼은 아니어도 늘어난 뱃살로 자존감까지 낮아져 가던 내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주었다.
영상을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었다.
영상 속에는 수시로 'good job', 'good boy'라고 오비를 격려하는 노라 씨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오비가 다시 달릴 수 있었던 건 포기하지 않고 사랑으로 응원하며 곁에서 지켜봐 준 노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노라와 오비의 앙상블이 이뤄낸 기적이었다.
코로나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탓에 한국인 평균 체중이 5Kg 가깝게 늘었다 한다. 개인차가 있겠으나 내 주변만 봐도 평균치를 웃돈다. 오죽하면 코로나로 자가격리 중인 확진자에 빗대어 확(살)찐자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일까.
나의 경우도 평균치를 웃도는 사례 중 하나다. 늘어난 뱃살로 전에 입던 바지가 맞지 않고 상의는 쫄티가 된 상황. 거울을 볼 때나 외출하려고 옷을 챙겨 입을 때마다 달라진 얼굴선과 튀어나온 군살에 좌절하길 여러번. 그 때마다 빠짐없이 다이어트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곤 한다.
각종 정보를 탐색해 유명 아이돌의 극단적 사례를 제외하고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다이어트를 위한 식단 등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시작하는 마음은 이미 다됐다 싶다. 날렵한 몸매를 뽐내는 상상 속 나를 그리며 김치국 먼저 들이킨다.
처음 다짐은 흐릿해지고 당연히 단기간에 살 빼기는 쉽지 않고 특별한 날 저녁 약속 등 다양한 장애물들로 다이어트 계획은 수정되고 내일로 미뤄진다.
의지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천천히 사그라든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고 외치며 반복된 중단은 포기로 귀결된다. 그러다 어느날 내 모습에 충격받고 다시 또 시작한다.
다짐→계획수립→현실타협→포기→다시 다짐부터 시작하는 반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은 알고 있다. 먹는 양을 줄이고 저칼로리 식단으로 바꾸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움직이지 않아서 찐 살이란 걸. 물론 호르몬의 영향, 체질 변화도 무시할 수 없지만.
관건은 움직여야 살이 빠진다는 것이다. 오비처럼 땅에 다리가 닿지 않으면 배밀이부터 시작해야 한다. 꼼짝 못 한다고 핑계 대고 포기할 게 아니다. 땅에 닿은 아랫배에 굳은살이 까맣게 배긴 상태에도 계속 산책 나가길 멈추지 않은 오비가 마침내 날렵하게 뛸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운동을 안 해 버릇 해서 당장 집 밖에 나가는 것 부터 쉽지 않다면 유튜브에 5~10분 짜리 홈트 영상보며 따라하기는 어떤가? 간단한 스트레칭도 좋고 하루 한 두개 팔굽혀펴기도 좋다. 전문가들도 아예 운동자체를 안하는 사람에겐 무리하지 말고 한 두 동작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권한다. 작게 시작해서 익숙해지면 할 수 있을 만큼 천천히 운동량을 늘려가는 게 현명하다는 것.
오비를 통해 그동안 넉넉한 빅사이즈 옷만 구해 입었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마음만 앞서 거창한 온동 계획 세우기는 그만! 당장 지금부터 의식적으로 더 움직여야겠다. 살쪄서 움직이기 싫어하고 그러다 보니 더 살이 찌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고 틈틈이 스트레칭도 하고 좋아하는 '집 근처 공원 산책'도 더 자주 해야겠다.
목표는 어제보다 조금 더 움직이기.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건강하게 살 빼기. 다이어트는 오비처럼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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