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코를 통해 들어온 더운 공기가 온 몸에 증기처럼 퍼져나간다.
손끝까지 느껴지는 열기가 불덩어리를 삼킨 것 같다.
해가 뉘엿, 어둑한 거리는 여전히 뜨끈한 지열을 내뿜고 있다.
아스팔트 도로와 맞닿아 버스를 기다리는 이 시간도 녹아내리고 있다.
벌새의 날갯짓 같은 낯선 여자의 부채질 소리, 요란하다.
그 숨 가쁜 손짓이 그려내는 간절함에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더운 몸을 식히려는 그 필사적 행위가 도리어 몸 안의 모토를 가열차게 돌리고 있는 건 아닐까?
더위로 느릿해진 주변과 달리, 그녀의 부채질은 점점 속도를 내고있다.
프로펠러처럼 힘차게 돌다 마침내 붕 떠올라 다른 세상으로 날아가려나 보다.
마음은 이미 대기층을 넘어 가늠할 수 없는 무중력, 찬 우주 공간이다.
지금 여기,
어둠에 쫓겨 온 식은 바람이 간간히 불어오는 퇴근 길.
지친 몸과 허기진 배를 달래며 걸음을 재촉하는, 구겨진 뒷모습이 애달프다.
*****
어느 퇴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있었던 경험으로 썼어요.
더워서 땀에 찌든 상태에 너무 지쳐서 넝마가 된 기분이었죠.
옆에 서있던 사람이 부채질을 끊임없이 하는데 보는 내가 더 더운 느낌이었어요.
해가 졌는데도 지열 때문인지 찜통더위라 아무리 부채질을 해도 더운 바람만 일으키는 모습이 뭔가 짠했어요.
그 필사적인 부채질이 안타깝기도 해서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죠.
그렇게라도 버스 오기 전까지 그 무더위 속에서 버텨야 했거든요. (저 역시 도망치고 싶었어요.)
곧 짧은 봄이 지나 여름이 오겠죠.
그래도 추운 것보다 더운 게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하는데..
겨울에는 여름이 그립고 여름에는 겨울이 기다려지고 마음이 참 갈대 같네요.
*예전 블로그 글을 옮겨왔습니다.(여기저기 블로그들을 통합+정리 중입니다)
출처: https://sudanaegong.tistory.com/entry/폭염과-부채질?category=551863 [세잎클로버]
'별+사색 > 에세이*시*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락처를 정리할 때가 왔다. (0) | 2021.04.09 |
---|---|
[자작시] 상허 이태준 고택에서 (0) | 2021.04.09 |
[자작시] 꿈꾸는 씨앗 (0) | 2021.04.09 |
[자작소설]그 여자 그 남자 안전거리-가제(1) (0) | 2021.04.09 |
동인천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0) | 2021.04.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