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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색/에세이*시*소설

[자작시] 퇴근길

by 별사색 2021. 4. 9.

해 지는 도심, 출처: Pexels  무료 이미지

덥다. 코를 통해 들어온 더운 공기가 온 몸에 증기처럼 퍼져나간다. 

 

손끝까지 느껴지는 열기가 불덩어리를 삼킨 것 같다. 

 

해가 뉘엿, 어둑한 거리는 여전히 뜨끈한 지열을 내뿜고 있다. 

 

아스팔트 도로와 맞닿아 버스를 기다리는 이 시간도 녹아내리고 있다. 

 

벌새의 날갯짓 같은 낯선 여자의 부채질 소리, 요란하다.

 

그 숨 가쁜 손짓이 그려내는 간절함에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더운 몸을 식히려는 그 필사적 행위가 도리어 몸 안의 모토를 가열차게 돌리고 있는 건 아닐까? 

 

더위로 느릿해진 주변과 달리, 그녀의 부채질은 점점 속도를 내고있다. 

 

프로펠러처럼 힘차게 돌다 마침내 붕 떠올라 다른 세상으로 날아가려나 보다.

 

마음은 이미 대기층을 넘어 가늠할 수 없는 무중력, 찬 우주 공간이다. 

 

지금 여기, 

 

어둠에 쫓겨 온 식은 바람이 간간히 불어오는 퇴근 길.

 

지친 몸과 허기진 배를 달래며 걸음을 재촉하는, 구겨진 뒷모습이 애달프다. 

 


*****

어느 퇴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있었던 경험으로 썼어요.

더워서 땀에 찌든 상태에 너무 지쳐서 넝마가 된 기분이었죠.

옆에 서있던 사람이 부채질을 끊임없이 하는데 보는 내가 더 더운 느낌이었어요.

해가 졌는데도 지열 때문인지 찜통더위라 아무리 부채질을 해도 더운 바람만 일으키는 모습이 뭔가 짠했어요.

그 필사적인 부채질이 안타깝기도 해서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죠.

그렇게라도 버스 오기 전까지 그 무더위 속에서 버텨야 했거든요. (저 역시 도망치고 싶었어요.)

 

곧 짧은 봄이 지나 여름이 오겠죠.

그래도 추운 것보다 더운 게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하는데..

겨울에는 여름이 그립고 여름에는 겨울이 기다려지고 마음이 참 갈대 같네요.

 


*예전 블로그 글을 옮겨왔습니다.(여기저기 블로그들을 통합+정리 중입니다)
출처: https://sudanaegong.tistory.com/entry/폭염과-부채질?category=551863 [세잎클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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