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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색/에세이*시*소설

언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말 한마디ㅣ불행한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법

by 별사색 2021. 11. 21.

 

 

 

 

 

고장난 자전거, 전주난장 체험박물관에서 찍은 사진

불행한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법

'불행한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법'이라는 주제를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불행한 사람'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 어깨가 축 처진 누군가의 뒷모습. 불러서 돌아본 얼굴은 울고 있을 수도 있고 지치고 힘들어 무표정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한 가닥 남은 희망마저 무너진 표정일 수도 있다. 그건 나일 수도 있고 내 가족, 친구, 아는 사람을 포함해 무수히 스쳐간 낯선 거리의 지친 사람들일 수도 있고. 그리고 먼지 덮인 사진첩의 그 사람일 수도 있다.

 

불행한 사람에 대해 내 나름 정의해 보았다. 현재 스트레스 등으로 몸과 마음이 아프거나 앞으로 나아갈 길을 잃었거나 이유가 무엇이든 평상심을 가지기 힘든 상황에 지쳐서 의욕조차 잃어가고 있는 사람이 불행하다 느낄 것이라 짐작해본다.

 

불행하다 느끼고 믿는 사람을 다시 행복하게 하는 방법이 무얼까? 멀리서 찾지 말고 지난 내 경험부터 뒤적거려 봤다.

 

나의 경우, 행복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을 때를 돌이켜 보면 제일 먼저 떠오른 원인은 사람이었다. 혼자이고 싶지 않을 때 혼자라서, 남보다 못한 가족을 버리지도 못하고 나를 힘들게 할 때,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을 때, 친구가 나의 믿음을 저버렸을 때, 억울한 경우를 당했을 때 등등.

 

물론 때문에 불행하다 느낄 수 있다. 아파서 병 치료를 위해 빚을 지거나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구하지 못해서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일을 당했다면 낭패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어쩌면 대부분의 갈등은 돈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거나 너무 많아서 시작될 수도 있겠다.

 

돈 자체보다는 '세상 살이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가 휩쓸어 버린 세상 일부의 불편한 차별이나 냉대 때문에 '없이 사는 설움'을 느끼는 순간, 인간 존엄이 무너지는 수치심과 부끄러움 때문에 불행하다 느낄 수 있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 돈 없어서 하고 싶은 걸 못할 때 당장은 아쉽고 속상해도 그것 때문에 불행하다 생각하진 않았다. 물론 부자를 부러워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돈이 있고 없고만으로 행복과 불행을 구분 지을 수 없으니까.

 

그다음으로 떠오르는 건 '희망'이 없을 때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앞으로 지금보다 더 나아지리라는 믿음이나 기대가 사라졌을 때 불행하다 느꼈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은 거라는 말처럼 아파서 아무것도 못할 때, 직장에서든 교우관계든 잘해볼 기회를 놓치거나 빼앗겨 돌이킬 수 없을 때, 내가 무언가 시도해볼 수조차 없을 만큼 절망적인 상황에서 좌절하고 불행하다 느끼는 건 당연하다.

 

돈 없어 초라해지고, 믿고 의지할 사람 하나 없이 힘들게만 하는 관계로 고통받고, 앞날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가 사라져 불행하다 느끼는 사람에게 불행의 원인을 제거해 주면 행복해질까? 단지 더 이상 불행을 느끼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일단 좋지도 싫지도 않은 평상심 상태로 돌아갈 수는 있겠지 싶다. 불행하다는 생각에 잠식돼 무기력과 허무함에서 허우적 대며 또 다른 불행을 끌어들이는 악순환에서 빠져나와야만 다시 행복해지는 첫 단추를 낄 수 있으니까.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경제적 어려움은 당장의 수치심을 무릅쓰고 사회복지 시스템을 통해서라도 해결해야 한다. 세상이 바뀌었다.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도움 받을 권리를 받아들이고 나중을 기약하면 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의 갈등, 그로 인한 고통을 해결하려면 전문가나 주위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 위로받아야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사람들 속에 어우러져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고립되어 외로움에 자멸해가지 않도록 사람을 만나러 나가야 살 수 있다. 가족, 친지, 친구, 직장동료, 그냥 아는 사람이든 누구라도 만나고 온기를 느끼고 마음과 생각을 나눌 방법을 찾아야 한다. 취미든 정보든 감정이든 생각이든 무엇이 됐든 교류할 수 있으면 누구라도 좋다.

 

나의 미래가 삶이 어둠과 안개에 휩싸여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최악의 경우 더 살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더 나빠지기 전에 도망가고 싶은 심정 이리라. 삶의 의욕을 잃고 세상의 모든 것이 나의 존재를 부정하고 허무한 자신과 불행을 끝내라고 등 떠민다 느껴질 땐 늪 같은 절망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 자포자기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이라면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해서 그저 아래로 아래로 끌어내려지다 결국 불행 그 자체가 되어 모든 걸 끝내고 싶어도 그럴 힘조차 없는 바닥에 떨어질 때가 있다. 그런 사람에겐 단순한 격려나 위로만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할 수 없다. 수면 위로 떠올라야 건져낼 수 있듯이 약이든 치료든 적절한 외부의 개입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 자력으로 헤엄칠 정도의 힘을 먼저 갖게 해야 한다. 더 이상 혼자 방치되지 않고 뭐라도 시도해 보게 출발선에 서는 데까지 끌어주어야 한다.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거창한 도움이 아니어도 된다. 어쩌면 따듯한 관심과 애정 어린 따뜻한 말 한마디가 불행한 누군가의 언 마음을 녹일 수도 있다. 불행한 스스로를 용서하고 받아들이고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의욕의 스위치가 켜지도록. 마침내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인다면 손잡아 주고 혼자가 아님을 확인시켜 주고 잠시라도 동행하거나 지켜봐 줄 수 있다. 그렇게 지치고 아픈 몸과 마음에 생기가 돌고 행복의 첫걸음을 내딛을 때까지.

 

그다음은 한 걸음이 두 걸음이 되고 네 걸음이 되어 그렇게 가속도가 붙어 불행에서 완전히 벗어나 의욕을 찾고 즐거움을 찾고 새날의 희망과 기대를 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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