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2 상처입은 어린 아이ㅣ사랑의 매 엄마도 나이가 드셨는지 이따금 맥락없이 과거의 얘기를 들려주신다. 어떤 계기로 생각이 난 건지 알 수 없으나 별 일 아니라는 듯 지나가는 가벼운 말투로 말이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같아 도통 믿어지지 않지만 걸어서 왕복 4시간씩 통학했다던 전라도 깡시골에서 자란 엄마가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개구쟁이 시절 이야기들이 참 재밌다. 얌전하고 단정한 처녀가 되길 바랬던 외할머니의 바람과 정반대였던 엄마는 겁없이 무전여행을 다니고 친구들과 사고치면 앞장 서기 일수인 천방지축 말괄량이로 이름 날렸던 일화들이 이야기보따리처럼 툭툭 튀어나온다. 개구진 어린 시절 내내 엄마는 외할머니에게 수시로 매질을 당하였는데 매번 잘 도망갔다가 걸려서 두 배로 맞았던 에피소드가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다. 그밖.. 2022. 9. 19. 9남매 중 맏이 9남매 중 맏이인 엄마에게는 아래로 네 명의 여동생과 네 명의 남동생이 있다. 그 당시 9~10남매 정도야 흔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공교롭게도 엄마 아래 두 명까지만 한 배를 빌어 났고 그 아래 여섯은 배다른 형제자매다. 친모인 외할머니 외에도 여럿의 첩을 둔 외할아버지로 인해서다. 단지 아들을 얻기 위해서였다.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는 본처였고 아들딸 번갈아가며 열 명이나 출산했으나 딸 셋만 살아남았다. 아들을 못 낳았다는 이유로 여러 첩들과 그들의 소생까지 돌보며 노비처럼 평생 일만 하셨다. 흥부 부인처럼 줄줄이 자식 건사하며 고된 농사일을 하느라 일찍부터 허리가 굽었다. 풍류 좋아하는 남편 뒷바라지는 당연한 일이고. 그런 외할아버지라도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일찍 사별하셨다. 그래서일까? .. 2021. 4.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