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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색/에세이*시*소설

도망가거나 싸우거나

by 별사색 2021. 12. 14.

 

run or fight, 사진출처: Pexels

위기 상황에 마주치면 둘 중 하나다.
도망가거나 싸우거나.
물론 처음엔 곧장 얼어붙어버릴 수도 있으나 정신을 차리고 대응하는 방법을 말한다.

위험한 상황, 상대를 만났을 때 즉시 긴장감이 몰려오며 아드레날린이 미친 듯이 날뛰고 심장 박동 소리가 내 귀까지 들리는 동시에 땀이 나며 온 몸의 근육이 깨어난다. 그리고 깨닫기도 전에 위기 상황에서 재빨리 도망갈 것인지 아님 충분히 싸워볼 만 한지 판단이 끝난다.
이 모든 과정은 단 몇 초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다. 어느새 몸이 도망거거나 싸울 준비 태세를 갖추고 시동 걸린 자동차처럼 바로 튀어나갈 수 있다.

나의 경우, 겁이 많고 갈등 자체를 피하고 싶은 성향 때문에 도망가기, 즉 회피를 선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사실 빨리 도망가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다. 

다만 이러한 태도는 심리적 긴장감을 느꼈을 때도 발동된다는 것이다.
갈등 상황에서 불편한 상대와 차분하게 마주하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 해결하기보다 당장 불편한 감정과 상황으로부터 도망친다. 우선 피하고 보는 거다. 두려움, 분노, 불안 등 위험을 감지한 순간 불편한 상황과 감정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단 피하기 급급하다보니 갈등을 봉합하거나 해결할 기회를 놓치거나 심지어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알면서 고쳐지지 않고 잘못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었음에도 이런 성향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놀라고 당황해서 무의식적 자동 반응처럼 일단 현장이나 상대로부터 도망친다. 경험상 화가 난 상대와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확신에 사로잡힌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피한다.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으나 때로는 그저 갈등 상황에서 불편한 감정을 성숙하게 견디고 문제 해결을 위해 차분히 대응하는 것 자체를 미루기 위해 회피를 선택 한다는 것이다.

 

당장의 불편함을 감수하기 어려우니 일단 피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얼렁뚱땅 넘어가고 싶은 거다. 문제나 갈등에 대해 직면하고 적극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하기보다 문제를 덮어버리고 모른 척 넘어가거나 아예 거리를 두거나 가지치기하듯 잘라낸다. 그것이 갈등 상황이든 사람이든 말이다.

 

이런 식으로 가지치기 하다보면 결국 인간관계의 폭이나 깊이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반복해서 고립을 자처하게 된다.

 

어떤 갈등이든 위기 상황이든 어느 일방만의 잘못은 없다. 양쪽 모두에게 잘못이나 허점이 있을 수 있다. 고로 힘들고 고단해도 함께 대화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매번 도망치기만 해서는 미해결 과제를 뒤로 쌓아놓기만 하다 스스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 고립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그전에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다잡고 되돌아가야겠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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