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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색/에세이*시*소설

나를 드러내는 용기ㅣ글쓰기, 자기 노출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희열

by 별사색 2023. 11. 17.

 

 

 

 

 

글쓰기, 자기 노출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희열, 사진 출처:Pexels

 

작가가 아니어도 글쓰기를 숨 쉬는 것처럼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떤 면에선 노출과 관음에 대해 두려움과 환상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나부터도 그러하다.

자신의 일부분 또는 전부를 타인에게 내보이는 수치심과 죄책감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욕망의 마그마가 내 안에 존재하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타인에게 드러냄으로써 내 속에 존재하는 내밀한 정서와 순도 높은 욕망과 엉뚱한 상상을 과감하게 털어놓는 행위이다. 깊고 은밀하게 감추어진 욕구를 꺼내 숨김없이 보여주고 싶은 열망인 것이다.

기억 속에 잠들어 있거나 감추어진 강렬한 경험이든, 간접적으로 알게 되어 나름의 상상력과 결합해 새롭게 창조한 이야기든 그 시작이 어떻든 마음을 사로잡은 생각과 정서가 얽기 설기 복잡 미묘한 화학작용을 일으켜 재탄생하는 순간이 무수히 교차되고 섞여 들어간다. 그렇게 머릿속 곳곳에 불이 켜졌다 사그라들듯 다채로운 불꽃놀이가 되풀이되면 자연스럽게 모이고 흐르는 물줄기처럼 내 안을 가득 채우다 밖으로 흘러넘치게 된다. 샘이 솟아나거나 때론 억누르는 힘에 반발해 엄청난 압력으로 폭발하기도 한다.

지금 내 속에 들끓는 것들을 남김없이 드러내고 싶은 욕망과 더 깊숙이 감추고 싶은 이율배반적인 태도에서 매번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다. 한계치를 넘는 순간이 오면 손 쓸 수 없이 둑이 터져버린다. 마침내 잘게 분해하고 흡수하고 나란 존재와 섞여 통합해 버리는 동시에 소화할 수 없어 게워내듯 세상밖으로 배출하고야 마는 것처럼. 그렇게 남김없이 벌거벗고 약점마저 드러내는 것이다.

억누르려 할수록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는 두려움보다 강렬한 호기심이 앞서는 순간이 온다. 자백처럼 스스로 약점을 노출할 수도 있다는 이성의 목소리가 일깨우는 수치스러운 공포조차 희열로 치환되기에 표출하고 싶은 욕망을 포기할 수 없다. 후회와 욕망이 동시에 들끓고 혼란스러워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벌거벗은 나를 드러내고 온전히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구가 저 밑바닥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물적인 현실에 발을 딛고서 있지만 눈으로 보이는 몸이 아니라 손에 잡히지 앓아도 분명히 존재하는 마음과 영혼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어쩌면 더 처절하게 느껴지는 행위가 바로 자신에 대한 글쓰기가 아닐까.

드러내는 순간 느끼는 해방감은 수치심과 동시에 시원한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그런 면에서 창조는 배출이고 배설이다. 묵은 변비에서 해방되듯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고 홀가분해서 몸과 마음까지 가벼워진다. 스스로 존재에 대한 묵은 감정마저 벗어낸 느낌.

무엇보다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 내장을 비워내듯 머릿속 또한 깨끗이 비워내야 새롭고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영감이 샘솟는다.

그러니 나를 관찰하고 좀 더 깊이 이해하고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마치 맨 몸으로 노출을 즐기는 노출증 환자와 다름없다고 슈퍼에고의 경고와 부정적 의심이 뒤따르더라도 용기 내어 나를 드러내자. 그래야 지금, 여기에서 생기를 불어넣어 살아갈 수 있다. 

글 쓰는 것은 단순한 취미에서 머무르는 게 아닌 생명 연장과 같을 수도 있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든 아니든 글쓰기를 멈출 수 없는 사람들에게 특히나 더. 유일한 친구가 자신뿐이어서 일수도.

아니 어쩌면 '이야기'로서 지혜를 쌓고 후대에 전달함으로써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현존하는 모든 인류에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닐까? 세상 이치에 대한 깨달음과 지식 전달에 사용된 이야기의 원천은 결국 나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어 나를 둘러싼 사람과 세상으로 확장되어 가는 것이니까.

이야기를 말로 하면 허공에 흩어져 사라지기 마련이니 일기장이든 온라인 SNS든 끊임없이 나를 표현하고 기록함으로써 진짜 나를 직면하고 정의하고 미래의 나를 그리려 하는 것이다.

기록이면서 성찰이 될 글쓰기에 대한 강렬한 열망은 내가 바라보는 나와 남들이 바라보는 내가 다름을 깨달았을 때, 그 간극이 너무 많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 그 시작이고, 나라는 한 인간이 살아서 존재하고 있음을 조용하지만 격렬하게 세상에 표현하는 방법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끊임없이 각자의 이야기들로 넘쳐나는 세상은 늘 시끄럽지만 내내 흥겨운 것일지도. 나의 이야기도, 또 누군가의 이야기도 빠짐없이 연결되고 통하니 순간이나마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 이름 모를 그대들이여. 일기장이든 SNS든 겁내지 말고 나를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말기를. 당신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기쁨을 만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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