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사색86 [자작시]울다 ver.1 넌 내게 눈물겹다 먹먹한 가슴 뿌예진 시야 시큰한 콧날 눈물 나게 하는 너 그리움 사무치는 너 또 그르르 흘러내리는 한 줄기 소나기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가슴에 맺힌 한 방울 굳어 화석이 된다 나도 가끔 아이처럼 소리 내 울고 싶어라 누군가 손 내어주고 가만가만 등 쓸어내리는 그리운 손길 그 온기 이유 없이 서럽게 울어도 이쁨 받던 어린 시절이여 ********** 그냥 이유 없이 서러워져 눈물 날 때가 있다. 어쩌다 혼자 잠들 때 이불을 적시기도 한다. 그럴 때면 아무거라도 핑계를 댄다. 지금 보고 있는 드라마 주인공이 불쌍해서 갑자기 먼지가 들어가서, 뭐 어쩌고저쩌고... 사실은 뒤늦게 생각난 억울함일 수도 있고 오래전 기억 속 잊지 못한 그리움일 수도 있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한 맺힘 .. 2021. 4. 29. [자작시]길 위에 나그네 불완전한 존재야, 사람은 늘 안절부절 자꾸 흔들리고 몸살 나게 행복하고 완전해 못 견디게 외롭기도 덧없기도 오늘은 미칠 듯이 사랑하고 내일은 또 죽일 듯이 미워해 매일매일 오르막 내리막 롤러코스터 위 어지럽기만 포기 못해 넘어지고 다쳐도 행복의 파랑새 찾아 떠나지 길 위에 나그네 미련 남기고 또 다른 미련 찾아 떠나간다 ********** 평소 여기저기 끄적거리는 걸 좋아해서, 일기장에서부터 수첩, 메모 어플까지 다양하게 메모를 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찰나의 순간 떠오른 생각들을 꾸밈없이 날 것대로 적어둔 채 잊어버렸다가 문득 다시 찾아 수정하고 덧붙이고 확장해나가곤 합니다. 이번에도 메모해 놓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다시 보고 뒤집어 보고 뜯어보고 해체하고 그러다 얼렁뚱땅 끝맺음을 보네요. 가장 고민.. 2021. 4. 20. 회색빛 친구 Y 중학교 3학년 때 난생처음 단짝 친구가 생겼어요. 학교에서만 주로 어울려 놀던 어린이에게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가 생긴 거죠. 하교 후에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관심사와 고민, 불안, 꿈 등 무궁무진한 이야기들로 솔직하게 마음을 나누는 솔메이트가 되었어요. 각자 다른 고등학교로 배정되기 전까지 거의 매일 만날 정도로 정말 마음 많이 주고 좋아했던 친구였어요. 나와 정말 다른 친구였기에 더 끌렸어요. 이상주의자에 구김살 없이 해맑기만 한 나와 달리 세상을 회색빛으로 보는 염세주의자인 까칠이여서 신기하고 더 알고싶었어요. 우리는 어울리지 않은 요상한 조합이었지만 그래서 더 좋았어요. 록음악을 좋아하는 친구 따라 대학가 음악다방까지 가서 뮤직비디오를 보고 오고 한강공원에 나가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며 .. 2021. 4. 18. 9남매 중 맏이 9남매 중 맏이인 엄마에게는 아래로 네 명의 여동생과 네 명의 남동생이 있다. 그 당시 9~10남매 정도야 흔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공교롭게도 엄마 아래 두 명까지만 한 배를 빌어 났고 그 아래 여섯은 배다른 형제자매다. 친모인 외할머니 외에도 여럿의 첩을 둔 외할아버지로 인해서다. 단지 아들을 얻기 위해서였다.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는 본처였고 아들딸 번갈아가며 열 명이나 출산했으나 딸 셋만 살아남았다. 아들을 못 낳았다는 이유로 여러 첩들과 그들의 소생까지 돌보며 노비처럼 평생 일만 하셨다. 흥부 부인처럼 줄줄이 자식 건사하며 고된 농사일을 하느라 일찍부터 허리가 굽었다. 풍류 좋아하는 남편 뒷바라지는 당연한 일이고. 그런 외할아버지라도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일찍 사별하셨다. 그래서일까? .. 2021. 4. 16. [영화 리뷰] 8월의 크리스마스ㅣ남겨진 사랑이 아파하지 않게 추억조차 되지 못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난 그 남자의 사랑법 영화: 감독: 허진호 배우: 한석규, 심은하 매서운 바람에 급하게 목도리를 사서 둘러야 했던 추운 저녁이었다.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이면서 여전히 대표작인 를 만난 건. 1998년 1월에 개봉했던 는 여전히 많은 영화팬들에게 ‘다시 보고 싶은 명작’ 리스트에 올라 있는 영화다. 영화팬들의 변함없는 사랑으로 한국 상업영화 최초의 재개봉 작이 되어 15년 만에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개봉 당시 인연이 닿지 않아 보지 못했고 이후 많은 사람들의 말과 글로 회자된 만큼 케이블방송 등에서 숱하게 방영됐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집중해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 잠시 멍하니 앉아 있어야 했다. 왜 수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인생 최고.. 2021. 4. 11. [영화 리뷰] 제8요일 ㅣ 순수+사랑+나무+풍뎅이+초코렛?=조지 성공한 세일즈맨강사 아리. 그는 좋은 집에 좋은 차에 안정적인 직장,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보다 깊이 그의 속 사정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어느 날 그의 아내는 ‘자기를 찾고싶다’며 떠나고 아이들 역시 데려간다. 너무나 바빴을 뿐이었던 아리는 아내가 떠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한다. 아이들이 오던 날, 데려갈 시간이 없어 기차를 태워보내라고 해놓고 결국 아리는 마중을 늦게 나가 아이들과 어긋나게 된다. 이로 인해 아이들마저 아빠인 아리에게 실망하고 상처입게 된다. 궁지에 몰린 아리는 어찌할 바를 몰라 좌절에 휩싸인다. 그의 일상을 보자. 그는 매일 아침 정각 7시 30분, 라디오 소리에 잠을 깨고 토스트로 아침을 떼운 뒤 출근 길 교통체증에 분노하며 출근해서 사람들에게 영업인의.. 2021. 4. 11. [영화 리뷰] 긴 여운이 남는...영화 '길' 사실 배창호 감독님에 대해 내가 아는 정보는 이름정도였을 뿐 그의 전작을 보거나 작품에 대해 아는 지식이 짧았기에 영화 '길'에 대한 기대 또한 그리 크지 않았다. 우연찮게 초대받아 가게 된 CJAIFF에서 개막작으로 만나게 된 영화..길 고집스럽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대장장이 태석이 떠난 길에 대한 이야기. 친구와 자기 아내와의 부정을 오해한 태석이 가족을 등지고 떠나 정처없이 흘러가던 길에서 우연히 위태위태해 보이는 아가씨를 만나 동행하게 된다. 운명의 장난처럼 아가씨가 친구의 딸임을 알게되지만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친구의 장례식에 함께 하면서 묵은 원한과 오해를 풀어내게 된다. 그제야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태석, 집으로 돌아가지만.. 떠나왔던 그모습 그대로 일편단심 고운 아내와 장성한 아들의 .. 2021. 4. 10. 연락처를 정리할 때가 왔다. 카톡이나 페이스북 등 사람 사이의 소통 도구가 다변화 된 요즘, 스마트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부 용량만 차지한 채 처치곤란인 ‘그냥 아는 사람들’ 목록이 늘어날 때면 답답할 때가 있다. 나만의 고민이 아닌지 이 때문에 아예 카톡을 삭제했다는 어떤 이의 사연이 기사화되기도 한다. 나 역시 적지 않은 사회생활 통해 마주친 많은 인연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가는 연락처 속에 진짜와 가짜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었고 ‘친구’와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편의상 일시적으로 연락처를 나눈 업무 관계, 서로 연락하지 않는 과거 직장동료, 그동안 한 번도 연락하지 않으면서도 막상 지우기도 애매하여 형식적으로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스쳐간 인연들의 목록을 정리하려는 데 문득 떠오른 기억 하나가 있다... 2021. 4. 9. [자작시] 상허 이태준 고택에서 겨울을 무사히 난 가지 많은 나무 한 그루 정원 가득 뻗어나가 아니 닿는 곳 없다 봄기운 맞이하러 새순, 새잎 돋아나 금세 수북하여라 울창한 여름 꿈꾸는 정원의 나무 수줍게 봄을 노래한다 주인이 내온 알싸한 냉이차 봄 향기 가득해 한 모금 두 모금 내 몸속 세포도 기지개를 켠다 ***** 지인과 함께 방문했던 '상허 이태준 고택'에서 차 한 잔 시켜 놓고 정원을 바라보는데.. 작은 정원 하늘을 가득 채울 만큼 가지가 푸르게 뻗어있는 게 신기하고 예뻤어요. 다녀온 지가한참이라 여전히 그대로인지 모르겠지만 아련한 추억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나중에 혹시 성북동에 가실 기회가 있다면 고택에 들러 제철 차도 한 잔 드시고 여전히 그 나무가 잘 지내는지 안부 전해주세요^^ 상허 이태준에 대해, 작품의 경향은 지.. 2021. 4. 9. [자작시] 퇴근길 덥다. 코를 통해 들어온 더운 공기가 온 몸에 증기처럼 퍼져나간다. 손끝까지 느껴지는 열기가 불덩어리를 삼킨 것 같다. 해가 뉘엿, 어둑한 거리는 여전히 뜨끈한 지열을 내뿜고 있다. 아스팔트 도로와 맞닿아 버스를 기다리는 이 시간도 녹아내리고 있다. 벌새의 날갯짓 같은 낯선 여자의 부채질 소리, 요란하다. 그 숨 가쁜 손짓이 그려내는 간절함에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더운 몸을 식히려는 그 필사적 행위가 도리어 몸 안의 모토를 가열차게 돌리고 있는 건 아닐까? 더위로 느릿해진 주변과 달리, 그녀의 부채질은 점점 속도를 내고있다. 프로펠러처럼 힘차게 돌다 마침내 붕 떠올라 다른 세상으로 날아가려나 보다. 마음은 이미 대기층을 넘어 가늠할 수 없는 무중력, 찬 우주 공간이다. 지금 여기, 어둠에 쫓겨 온 식은.. 2021. 4. 9. 이전 1 ···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