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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남매 중 맏이 9남매 중 맏이인 엄마에게는 아래로 네 명의 여동생과 네 명의 남동생이 있다. 그 당시 9~10남매 정도야 흔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공교롭게도 엄마 아래 두 명까지만 한 배를 빌어 났고 그 아래 여섯은 배다른 형제자매다. 친모인 외할머니 외에도 여럿의 첩을 둔 외할아버지로 인해서다. 단지 아들을 얻기 위해서였다.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는 본처였고 아들딸 번갈아가며 열 명이나 출산했으나 딸 셋만 살아남았다. 아들을 못 낳았다는 이유로 여러 첩들과 그들의 소생까지 돌보며 노비처럼 평생 일만 하셨다. 흥부 부인처럼 줄줄이 자식 건사하며 고된 농사일을 하느라 일찍부터 허리가 굽었다. 풍류 좋아하는 남편 뒷바라지는 당연한 일이고. 그런 외할아버지라도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일찍 사별하셨다. 그래서일까? .. 2021. 4. 16.
[영화 리뷰] 8월의 크리스마스ㅣ남겨진 사랑이 아파하지 않게 추억조차 되지 못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난 그 남자의 사랑법 영화: 감독: 허진호 배우: 한석규, 심은하 매서운 바람에 급하게 목도리를 사서 둘러야 했던 추운 저녁이었다.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이면서 여전히 대표작인 를 만난 건. 1998년 1월에 개봉했던 는 여전히 많은 영화팬들에게 ‘다시 보고 싶은 명작’ 리스트에 올라 있는 영화다. 영화팬들의 변함없는 사랑으로 한국 상업영화 최초의 재개봉 작이 되어 15년 만에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개봉 당시 인연이 닿지 않아 보지 못했고 이후 많은 사람들의 말과 글로 회자된 만큼 케이블방송 등에서 숱하게 방영됐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집중해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 잠시 멍하니 앉아 있어야 했다. 왜 수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인생 최고.. 2021. 4. 11.
[영화 리뷰] 제8요일 ㅣ 순수+사랑+나무+풍뎅이+초코렛?=조지 성공한 세일즈맨강사 아리. 그는 좋은 집에 좋은 차에 안정적인 직장,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보다 깊이 그의 속 사정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어느 날 그의 아내는 ‘자기를 찾고싶다’며 떠나고 아이들 역시 데려간다. 너무나 바빴을 뿐이었던 아리는 아내가 떠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한다. 아이들이 오던 날, 데려갈 시간이 없어 기차를 태워보내라고 해놓고 결국 아리는 마중을 늦게 나가 아이들과 어긋나게 된다. 이로 인해 아이들마저 아빠인 아리에게 실망하고 상처입게 된다. 궁지에 몰린 아리는 어찌할 바를 몰라 좌절에 휩싸인다. 그의 일상을 보자. 그는 매일 아침 정각 7시 30분, 라디오 소리에 잠을 깨고 토스트로 아침을 떼운 뒤 출근 길 교통체증에 분노하며 출근해서 사람들에게 영업인의.. 2021. 4. 11.
[영화 리뷰] 긴 여운이 남는...영화 '길' 사실 배창호 감독님에 대해 내가 아는 정보는 이름정도였을 뿐 그의 전작을 보거나 작품에 대해 아는 지식이 짧았기에 영화 '길'에 대한 기대 또한 그리 크지 않았다. 우연찮게 초대받아 가게 된 CJAIFF에서 개막작으로 만나게 된 영화..길 고집스럽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대장장이 태석이 떠난 길에 대한 이야기. 친구와 자기 아내와의 부정을 오해한 태석이 가족을 등지고 떠나 정처없이 흘러가던 길에서 우연히 위태위태해 보이는 아가씨를 만나 동행하게 된다. 운명의 장난처럼 아가씨가 친구의 딸임을 알게되지만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친구의 장례식에 함께 하면서 묵은 원한과 오해를 풀어내게 된다. 그제야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태석, 집으로 돌아가지만.. 떠나왔던 그모습 그대로 일편단심 고운 아내와 장성한 아들의 .. 2021. 4. 10.
연락처를 정리할 때가 왔다. 카톡이나 페이스북 등 사람 사이의 소통 도구가 다변화 된 요즘, 스마트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부 용량만 차지한 채 처치곤란인 ‘그냥 아는 사람들’ 목록이 늘어날 때면 답답할 때가 있다. 나만의 고민이 아닌지 이 때문에 아예 카톡을 삭제했다는 어떤 이의 사연이 기사화되기도 한다. 나 역시 적지 않은 사회생활 통해 마주친 많은 인연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가는 연락처 속에 진짜와 가짜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었고 ‘친구’와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편의상 일시적으로 연락처를 나눈 업무 관계, 서로 연락하지 않는 과거 직장동료, 그동안 한 번도 연락하지 않으면서도 막상 지우기도 애매하여 형식적으로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스쳐간 인연들의 목록을 정리하려는 데 문득 떠오른 기억 하나가 있다... 2021. 4. 9.
[자작시] 상허 이태준 고택에서 겨울을 무사히 난 가지 많은 나무 한 그루 정원 가득 뻗어나가 아니 닿는 곳 없다 봄기운 맞이하러 새순, 새잎 돋아나 금세 수북하여라 울창한 여름 꿈꾸는 정원의 나무 수줍게 봄을 노래한다 주인이 내온 알싸한 냉이차 봄 향기 가득해 한 모금 두 모금 내 몸속 세포도 기지개를 켠다 ***** 지인과 함께 방문했던 '상허 이태준 고택'에서 차 한 잔 시켜 놓고 정원을 바라보는데.. 작은 정원 하늘을 가득 채울 만큼 가지가 푸르게 뻗어있는 게 신기하고 예뻤어요. 다녀온 지가한참이라 여전히 그대로인지 모르겠지만 아련한 추억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나중에 혹시 성북동에 가실 기회가 있다면 고택에 들러 제철 차도 한 잔 드시고 여전히 그 나무가 잘 지내는지 안부 전해주세요^^ 상허 이태준에 대해, 작품의 경향은 지.. 2021. 4. 9.
[자작시] 퇴근길 덥다. 코를 통해 들어온 더운 공기가 온 몸에 증기처럼 퍼져나간다. 손끝까지 느껴지는 열기가 불덩어리를 삼킨 것 같다. 해가 뉘엿, 어둑한 거리는 여전히 뜨끈한 지열을 내뿜고 있다. 아스팔트 도로와 맞닿아 버스를 기다리는 이 시간도 녹아내리고 있다. 벌새의 날갯짓 같은 낯선 여자의 부채질 소리, 요란하다. 그 숨 가쁜 손짓이 그려내는 간절함에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더운 몸을 식히려는 그 필사적 행위가 도리어 몸 안의 모토를 가열차게 돌리고 있는 건 아닐까? 더위로 느릿해진 주변과 달리, 그녀의 부채질은 점점 속도를 내고있다. 프로펠러처럼 힘차게 돌다 마침내 붕 떠올라 다른 세상으로 날아가려나 보다. 마음은 이미 대기층을 넘어 가늠할 수 없는 무중력, 찬 우주 공간이다. 지금 여기, 어둠에 쫓겨 온 식은.. 2021. 4. 9.
[자작시] 꿈꾸는 씨앗 여기 씨앗 하나가 있다. 작고 메말라 볼 품 없어 스치운 바람 숨결에 몸을 띄워 정처 없이 가벼워도 바람이 쉬어가는 사이 차분히 내려앉은 어디라도 흙이 품어 안으면 물의 수유와 햇볕의 보살핌, 산들바람의 속삭임 따라 바스락 거친 껍질 밖으로 생명 품은 푸른 잎사귀는 꿈꾼다. 옛 기억, 하늘 높이 솟아 오른 푸른 소나무를 * 어느 학생과의 대화 후, 그 아이가 가진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 에너지 덩어리가 마치 '씨앗'같았습니다. 부디 그 아이가 깨닫길 바랍니다. 자신이 원래 하늘 높이 솟은 푸른 소나무라는 것을. 응원합니다. 모든 미완의 존재들을. ***** 예전 블로그 글을 옮겨왔습니다.(여기저기 블로그들을 통합+정리 중입니다) 출처: https://sudanaegong.tistory.com/entry.. 2021. 4. 9.
[자작소설]그 여자 그 남자 안전거리-가제(1) *배경음처럼 함께 들어보세요^^ soundcloud.com/bangtan/180314songforarmy 그때 헤어지면 돼 By JK Of BTS 그때 헤어지면 돼 (cover, 2018) Vocal Arrangement by 정국 @ Golden Closet Mix Engineer - 정우영 @ Big Hit Studio Mastering Engineer - 정우영 @ Big Hit Studio *Original track: 그때 헤어지면 돼 - 로이킴 soundcloud.com 드디어 그 녀석이 왔다. 오지 않는 녀석을 기다리는 조급증을 더 이상 감추기 힘들어질 찰나 그가 왔다. 모임 자리에 도착한 순간부터 내내 그랬다. 누군가 우리 자리 쪽으로 올 때마다 티 내지 않으려 애쓰면서 그 .. 2021. 4. 9.
동인천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늦은 오후라서 승객 모두가 지루하고 나른한 공기 속에 있었다. 문득 눈에 들어온 건너편 곤하게 잠든 세 모녀의 모습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초등학교 2~3학년 즈음돼 보이는 큰 딸아이와 의자 위로 작은 다리가 달랑거리는 작은 아이, 수마에도 불구하고 보호하듯 아이들을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절로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꼭 예전 우리같이 느껴졌다. 명절 때가 되면 엄마와 나, 동생 셋이서 동인천 할머니 댁에 기차를 타고 가곤 했었다. 우리가 살던 서울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 인천까지 가려면 꼬박 2~3시간 동안 기차 안에서 보내야 했다. 자고 또 자도 눈을 뜨면 여전히 이동 중인 기차 안이어서 그 길이 얼마나 멀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몸살 날 만큼 머나먼 여정이 피곤해 도착할 즈음이.. 2021.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