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19

내 몫의 빵ㅣ학창시절 트라우마 한 조각 집 근처, 좋은 재료와 맛으로 유명한 빵집에 갔다가 엄마와 싸웠다. 빵 하나로 시작된 정말 사소한 다툼이었다. 이사 후 종종 엄마와 함께 마실 삼아 동네 탐방 겸 주변 상가나 맛집을 찾아다니곤 했다. 그 과정에서 찾아낸 빵 굽는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매장은 카페처럼 커피 등 제조 음료와 함께 빵을 사서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전문 빵집인지 빵 나오는 시간도 하루 두 번 공지돼 있었고 마침 새로 만든 빵이 잔뜩 매대에 진열되어있었다. 처음 보는 종류까지 다양한 빵부터 비스킷류, 케이크는 물론 샌드위치와 샐러드까지 냉장 보관되어있는 신선식품 등 전체 상품진열 공간이 넓은 매장의 반 이상 차지할 정도로 빵 천지였다. 빵순이의 단골 리스트에 자동 등록되는 순간이었다. 계산하는 곳 너머 주방 공간이 개방되어 있.. 2022. 5. 11.
우연한 만남: 집비둘기 구조기 아침 운동 삼아 공원에 나갔다가 집비둘기 새끼를 구조했다. 평소 아침 운동 루틴으로 나간 산책 길에 공원 주변 둘레 길을 걷던 중 길 한 복판에 작은 비둘기가 주저앉아 있었다. 처음엔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람이 바로 옆을 지나가는데도 날아가기는커녕 꼼짝도 하지 않아서다. 얌전한 녀석이 신기해 사진에 담아보기도 했는데 눈만 깜빡일 뿐 가만히 있었다. 사진 찍으라고 포즈 좀 잡을 줄 아는 녀석이구나 싶었다. 겉으로 보기에 상처가 있거나 쓰러져 있는 것도 아니라 가만히 햇볕을 쐬고 있는 듯해 방해하지 않고 지나쳤다. 바퀴 때에도 그 자리 그대로 있는 모습을 보고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지켜보다가 가까이 다가가니 몸을 일으켜 움직이려 했다. 날개도 펴보지만 결국 날지 못한 채 절뚝거리며 조금씩 나를 피해.. 2022. 4. 27.
당연시하면 안 되는 것(Things you shouldn't take for granted) 둘째 이모가 수술을 했다. 요리사였던 이모에게 주어진 직업병이었다. 오랜 시간 주방에서 손으로 식재료를 다듬고 썰고 무거운 주방도구를 다루며 얻게 된 손가락 통증이었다. 오랜 시간 고통을 숙명처럼 받아들여 참기만 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고 몇 년 동안 증세가 악화되어 최근엔 거의 왼손을 쓰지 못할 정도로 심한 통증을 견디다 못해 결국 수슬을 받게 됐다. 왜 그리 오래 방치했느냐 다그치고 싶을 정도로 안타까웠다. 사실 모든 건 결국 밥벌이이기 때문. 60대의 이모는 150도 안 되는 작은 키에 여장부 같은 시원시원하고 리더십 있는 매력 넘치는 인싸(인기인)이다. 혼자가 되어 자유부인으로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지만 생계를 위해 잠시 쉴 틈 없이 고단하게 살아오느라 수술이 많이 미뤄진 것이리라. 결국 요리사로서.. 2022. 4. 25.
오미크론과 슬기로운 격리생활(+브런치 북 발간) 주변에 안 걸린 사람이 없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걸려버렸다. 백신을 3차까지 전부 접종 완료했고 개인위생 철저히 한 결과 지난 2년간 분기별로 걸리던 감기조차 한 번 걸리지 않았건만. 방심해서가 아니다. 엄마가 먼저 확진됐고 밀착 접촉자라 바로 보건소서 PCR 검사받자 다음날 오전 9시 확진 문자 받고 즉시 재택치료와 격리생활이 시작되었다. 오미크론이 휩쓸었던 3월 말 '7일간의 격리생활(오미크론 적응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확진 1일 차* 전 날 밤부터 슬슬 조짐이 있더니 아침에 일어나면서 목소리가 잘 안 나오고 인후통과 편도가 부은 느낌이 들었다. 평소 목감기에 걸렸을 때와 비슷했다. 코로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겁먹고 걱정한 게 우스울 만큼 증상이 심하지 않아 다행이다. 엄마도 나도 일.. 2022. 4. 22.
[창작시] 나의 대나무숲ㅣ일기장, 미운 나를 이해하고 어여삐 보려 애썼던 흔적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 흩어져 가는 고엽의 탄식에 귀를 기울이고 뺨에 와닿은 태양의 따사로움에 눈을 돌리자 그렇게 하자 그리고 그것을 여기에 기록해서 남기자 지나가는 나날들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해 귀중한 것이 무언 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잃어버리는 날들이여 아쉬워해도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똑같은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순간은 순간으로 이어지고 사라져 간다 우리는 얼마나 헛되이 시간을 흘려보내나? 시간을 멈추고 싶어 적어도 내 기억 안에서라도 *** 일기장 맨 앞 장에 써둔 글입니다. 스스로 다짐하기 위해 썼습니다. 조급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는데 나만 뒤 쳐져 남겨진 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자꾸 무언가 놓치고 있는 거 같아 주춤거리며 뒤를 돌아보느라 혼자만 느려진 .. 2022. 3. 17.
[창작시] 당신 눈 속에 머문 시간 1초 또 눈이 마주쳤네요 이게 몇 번 째인지 신기하고 희한해요 당신 눈 속에 머문 시간 1초 찰나의 시간이 영원 같아 내 눈엔 당신만 보여요 누군가 말했죠? 거듭된 우연은 인연이라고 정말이면 좋겠네요 이 많은 사람들 중에 나를 알아본 건가요? 당신만 바라보는 나 그저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세상을 다 가진 기분 당신은 알까요? 착각이면 어쩌죠? 실망 아쉬움 허탈 그리고 슬픔 그래도 계속 지켜볼래요 또 눈이 마주칠 때까지 대답 없는 메아리라도 괜찮아요 그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샘솟는, 나는 당신의 팬 그저 바라만 봐도 행복한 존재 멀리 있기에 날 볼 수 없겠지만 이 자리에 항상 머무른다는 걸 기억해줘요 그리 멀지 않은 곳 언제나 같은 자리에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며 I'm a big fan of yours .. 2022. 3. 16.
이사 이사를 했다. 오전 8시부터 이삿짐센터 사람들이 짐을 옮기기 시작해서 어느 정도 정리를 하고 침대에 누우니 밤 10시가 넘었다. 모든 짐들이 자기 자릴 찾으려면 어림 잡아도 며칠 걸릴 정도로 정리할 물건들이 여기저기 집안 곳곳에 뭉쳐서 쌓여있다. 멍하니 배터리가 나간 것처럼 손 하나 까닥 못할 만큼 피곤함이 몰려오자 곧장 잠자리에 들었다. 이삿짐 정리하고 치울 생각에 막막해도 새 집으로 이사 와서 너무나 좋다. 건축한 지 얼마 안 된 새집인 데다 작은 평수에도 구조나 배치 덕분에 널찍하고 쾌적하다. 특히 곳곳에 콘센트가 많아서 가지고 있는 전기용품에 넉넉하게 연결할 수 있고 핸드폰 충전할 때 빈 곳을 찾아 여기저기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서 좋다. 전에 살던 집은 2층짜리 주택으로 집주인이 1층이고 우리 집.. 2022. 3. 3.
[드라마 리뷰]지금 우리 학교는, 흥행불패 K좀비! ***초안만 써놓고 게으름 피우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하루 종일 몰아볼 만큼 재밌는 드라마에 대해 그냥 넘어갈 수 없어 결국 리뷰를 남기기로 했다.*** 연휴 끝무렵 하루 온종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후 지우학)이라는 좀비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오전 11시에 시작해 매회 오프닝 건너뛰기를 했음에도 총 12회 에피소드를 몰아보느라 새벽 1시가 넘어 끝을 봤다. 12시간 넘는 시간 동안 얼마나 집중했던지 에피소드 사이사이 식사등 급한 용무 처리 후 곧장 TV 앞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만큼 다음 편이 궁금했다.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 속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 공들인 연출, 실감 나는 배우들 연기까지 눈을 뗄 수 없게 재밌었다. 공개 초기 원작 웹툰을 .. 2022. 2. 1.
[틀리기 쉬운+헷갈리는 맞춤법] 업데이트 11 동사의 어간 뒤에는 '-는구나', 형용사의 어간 뒤에는 '-구나'가 붙습니다. '모르는구나', '예쁘구나'. 구별하기 쉽죠? 그래서 '*모르구나'는 틀리죠. '*시험 잘 치뤘어?'가 아닙니다. '값을 치르다. 시험을 치렀다. 아침을 치르니 속이 든든하다.'와 같이 활용합니다. '냅다 던져 버리다, 돌보지 않고 버려두다, 일 따위에서 손을 놓다'의 의미를 가진 동사는 '*내팽겨치다'가 아닌 '내팽개치다'입니다. '사귀어'를 줄여 '*사겨'로, '바뀌어'를 줄여 '*바껴'로 사용하나 이는 줄여 쓸 수 없고, 틀린 맞춤법입니다. '*몇 일'이 아니라 무조건 '며칠(몇 월 며칠, 며칠 뒤)'이 맞습니다. '며칠'은 '몇'과 접미사 '-을(이틀, 사흘, 나흘)'이 결합하여 '며츨→며칠'로 된 거예요. 또 '*몇일.. 2022. 2. 1.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2년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가 왔습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 해는 호랑이 기운으로 더 건강하고 힘차고 용맹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제 최애 정국이 말처럼 새해엔 힘든 일이 있어도 호랑이처럼 씩씩하게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흑호가 코로나바이러스를 한 방에 물리쳐 버리길 기원합니다. 예전처럼 사람의 온기를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일상을 되찾아 다함께 어우러져도 감염 걱정 없는 시절이 어서 오길 바랍니다. 🙏 모두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고 일상에서 작지만 소중한 행복으로 충만하시길 바랍니다. ※사진 출처는 사진 내 인장 참고, 트위터 등 입니다. 2022.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