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볍다.
다 내려놓고 나니 홀가분하다.
그동안 짐인 줄 몰랐다. 욕심껏 아등바등 끌어안고 이고 지고 버티느라 힘든 줄도 몰랐다.
막상 내려놓고 나니 이렇게 날아갈 듯 가벼울 줄이야.
이제와 돌이켜 보면 부족해서 괴롭기보다 과욕으로 넘치는 짐덩이를 이고 지는 게 훨씬 더 힘에 부쳤던 거 같다.
온기가 그리워 미련뿐인 공허한 관계도, 가지지 못해 불쑥불쑥 욕망하는 것들도, 더 이상 맞지 않는 옷처럼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먼지 쌓인 모든 것들이 내 마음과 공간을 잔뜩 어지럽히고 있음을 지켜보기만 했다. 아니 타르처럼 찐득하게 눌어붙어있는 것을 떼어낼 수 조차 없었다.
그저 미련스럽게 막연한 희망만 고집하면서..
맞지 않은 조각들 속에 억지로 구겨 넣어서 헤어지고 닳고 있는 것도 괴로웠고 숨 막히게 비좁은 공간에서 겨우 숨 쉬고 버티느라 늘 숨이 차고 괴로웠다.
벅찼다. 모든 것들이.
왜 나만 이리 힘들까.
대상 없는 원망과 울분, 우울이 너무 자주 찾아왔다.
그러다 문득 정말 너무나 무거워서 하찮게 느껴지던 하나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시작된 내려놓기.
작은 산소통 하나 생겼다고 느꼈는데 어느새 비어 가는 공간에 빛이 들어왔다. 숨 쉬기가 편해졌고 다시 무언갈 새롭게 채울 수 있겠다는 희망이 싹을 틔웠다.
오늘도 또 하나 내려놓았다. 너무 오래 매달고 있느라 한 몸처럼 당연해서 무거운 것도 힘든 줄도 몰랐던 것을.
내려두니 비로소 가벼워졌다.
이렇게 매일 가벼워지면 언젠가 훨훨 날아갈 수 있을까.
중력의 속박에서 벗어나 대기권 밖으로 멀리 날아가면, 우주탐험가 되려나. 아니 우주 미아일까.
어차피 우주 먼지인 걸.
후련하다.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매일 벗어버리고 매일 가벼워지니 말이다.
오늘도 마음속 안과 밖, 쌍둥이처럼 같은 크기의 쓰레기통을 비우고 나니 또 한 뼘 가벼워진다.
내일은 또 무얼 내려놓고, 비우고, 후련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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