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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색/에세이*시*소설

[창작시] 나의 대나무숲ㅣ일기장, 미운 나를 이해하고 어여삐 보려 애썼던 흔적

by 별사색 2022. 3. 17.

 

온전히 내 감정에 집중하기, 출처: Pexels 무료 이미지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

흩어져 가는 고엽의 탄식에 귀를 기울이고

뺨에 와닿은 태양의 따사로움에 눈을 돌리자

그렇게 하자

그리고 그것을 여기에 기록해서 남기자

지나가는 나날들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해

귀중한 것이 무언 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잃어버리는 날들이여

아쉬워해도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똑같은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순간은 순간으로 이어지고 사라져 간다

우리는 얼마나 헛되이 시간을 흘려보내나?

시간을 멈추고 싶어

적어도 내 기억 안에서라도

 

***

일기장 맨 앞 장에 써둔 글입니다. 스스로 다짐하기 위해 썼습니다.

 

조급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는데 나만 뒤 쳐져 남겨진 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자꾸 무언가 놓치고 있는 거 같아 주춤거리며 뒤를 돌아보느라 혼자만 느려진 기분을 일기장에 기록하면서 풀어보자 싶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매 순간 오리무중이고 갈피를 못 잡고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기도 하지만 어쩐지 알 것 같습니다.

 

남들보다 느리더라도 지나고 나서 후회하고 아쉬워하더라도 그것 또한 내 인생이고 나답게 애쓰면 살아온 길이라고. 그러니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이기 위해 일기를 쓰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20대 일기장에는 온통 공부, 친구들, 꿈, 미래, 사랑이야기였다면 30대에는 직장과 일,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와 자기 계발, 성공에 대한 열정으로 채웠습니다. 가끔 들여다볼 때마다 이걸 불태워 증거를 없앨까 고민될 정도로 솔직하고 치기 어린 기록들이었지요.

 

40대가 된 이후 현재 제 일기장은  배 속 깊이 숨겨둔 비밀 이야기를 눈치 보지 않고 소리칠 수 있는 대나무 숲이자 온갖 엉망진창 잡동사니를 꺼내 버릴 수 있는 저만의 쓰레기장입니다. 어찌 보면 저의 글쓰기의 원석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스스로가 미울 때조차 저를 이해하고 어여삐 보려고 애썼던 흔적으로 가득합니다. 나조차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 너무 슬플 것 같았거든요. 때로는 칼날처럼 매섭게 자신을 몰아세우다가도 변명과 자기 방어, 자기 합리화로 철저히 내편이 되기도 합니다. 살아남으려고 내 안의 무언가가 꺼져버리지 않도록 갖은 애를 썼습니다.

 

결국은 지금까지 마주친 사람과 상황 속에서 느꼈던 기쁘고 슬프고 화나고 사랑하고 즐겁고 행복한 다양한 감정들 모두를 온전히 마주 보고 어제보다 조금이라고 나은 사람이 되려고 분투했던 거 같습니다. 매번 후회하고 반성하고 아쉬워하면서 또 반복된 잘못들에 한탄해가며 중심을 잡고 가고자 하는 방향을 계속 찾아가면서요. 

 

예전에 대학원생일 때 사이코드라마에 참여했을 때 주인공도 해보고 또 보조 자아와 이중자아 역할도 맡아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일기장을 의인화해서(빈 의자 기법의 빈 의자처럼) 상대 삼아 대화를 시도하든 억울함이나 울분을 해소하든 분풀이든 해보자고요. 안갯속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감정과 헛된 생각들에서 벗어나려고 또 이해하려고 자꾸 글로 써 내려가니까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기도 하더군요.

 

특히 누군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 났을 때 맘 편히 욕할 수도 있고요. 그러고 나면 속 시원하고 차분한 이성이 돌아와 다음 날 다시 그 문제에 맞설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에게조차 말할 수 없는 비밀도 토해놓으면 시원해질 수 있고요. 물론 일기장 보안에 신경을 써야겠지만 꽤 효과가 있답니다.

 

저한테 블로그(브런치)는 일기장만큼 비밀스럽진 않지만 충분히 속마음과 생각을 터 놓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글쓰기가 취미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도 일기장이든 블로그든 어떤 형태이든 넘쳐흐르는 감정과 생각들을 어딘 가에 털어놓으시겠죠? 부디 모두들 그 과정에서 내내 속 시원하고 마음 가볍게 즐겁고 행복만 하시길 바랍니다.

 

친절하라! 네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필로 주다에 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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