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사색/에세이*시*소설

[창작시] 바라건대 ㅣ내가 나에게

by 별사색 2022. 12. 19.

위태로운 남자

돌아보면 어지러운 발자국
습관적인 종종걸음
쫓기듯 살아온 증거

미소가 어색한 거울 속 얼굴
길 잃은 아이처럼
감추지 못한 낙심한 얼굴

조급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뭐가 무엇을 그리 다그치는가

너무 늦지 않았다면
바라건대
덕과 지혜가 있는 사람이고 싶다

받기보다 줄 수 있길
쓸모 있는 지식보다 이로운 지혜를 지향하길
마음에 심지가 단단해서 떠밀리지 않고 굳건하길

보이지 않아도 존재함을 믿는 것처럼
화려한 껍데기보다 알맹이가 여물기를

폭풍 속에도 잔잔한 깊은 바다처럼
마음이 깊고도 넓어지길

어디든 무엇이든 섞이고 변형되는 물처럼
말과 몸짓이 유연하고 너그럽길

주머니가 넉넉하기보다
분위기가 넉넉한 사람이고 싶다

예쁘지 않아도 시선을 사로잡아
끝내 잊지 못하는 사람이고 싶다

아무 때라도 하늘을 올려다 보고
무심한 들꽃에도 다정하게
마음 한 조각 나눠주는 사람이고 싶다

헤프거나
게으름 피우는 게 아니라
느긋한 개화가 좋다

다그치기를 멈추고
주변을 둘러싼 사이, 사이
시시각각 변화를 맞이하자

생각 없이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지만
그러면 또 아니 되나
매번 꼭 무언가 이루고 올라가야 하나

때로는 구름 가듯 바람에 날려가도 좋다
수많은 행성이 저마다의 항로를 따라가듯
각자만의 속도로 방향과 길 찾아가니

항로를 바꾸려면
부딪혀 부서질 각오가 필요하다
용기 아님 치기 어림
기꺼이 감수할 성장통

거침없이 내 멋대로, 방향 찾아
나로서 정립하는 것
나답게 나아가는 것

셋방살이 아닌 주인으로
내 무대에선 주인공으로
살고 싶으니까

아차 하는 사이
'알고리즘'의 추천대로: 타인이 조율한 취향 따라
프로그래밍된 NPC로 살고싶지 않으니까

타인과 비교는 그만
나만의 방식과 해석과 시행착오도 괜찮아
나로서, 나답게, 나니까

나의 인생을 살자
그래, 그렇게 살자
나로 사는 건 단 한 번뿐인 삶이니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