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배창호 감독님에 대해 내가 아는 정보는 이름정도였을 뿐 그의 전작을 보거나 작품에 대해 아는 지식이 짧았기에 영화 '길'에 대한 기대 또한 그리 크지 않았다.
우연찮게 초대받아 가게 된 CJAIFF에서 개막작으로 만나게 된 영화..길
고집스럽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대장장이 태석이 떠난 길에 대한 이야기.
친구와 자기 아내와의 부정을 오해한 태석이 가족을 등지고 떠나 정처없이 흘러가던 길에서 우연히 위태위태해 보이는 아가씨를 만나 동행하게 된다.
운명의 장난처럼 아가씨가 친구의 딸임을 알게되지만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친구의 장례식에 함께 하면서 묵은 원한과 오해를 풀어내게 된다.
그제야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태석, 집으로 돌아가지만..
떠나왔던 그모습 그대로 일편단심 고운 아내와 장성한 아들의 모습을 확인한 뒤, 그냥 말없이 되돌아 나와 또다시 길을 떠난다.
이번에는 한과 상처로 얼룩진 정처없는 방황의 길이 아니라, 용서하고 되돌아 올 수 있는 집과 언제까지나 한결같이 기다려주는 가족을 등뒤로 하고 떠나는 길이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면 역시 마지막 장면일 것이다.
아내를 위한 분첩, 그리고 아들을 위해 손에 꼭 쥐고 왔기에 녹았을 엿가락까
지..그러한 작은 선물이 못난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태석이 내보일 수 있는 마음의 조각이었던 것이다.
냉큼 달려가 가족들 품에 안기지 못하고, 다시 길을 떠나야 했던 태석이 선택한 그 '길'은 아마도..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가족과 스스로에 대한 용서와 화해를 구하기 위한,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기 위한 여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배창호 감독님이 직접 주연을 연기하신 '태석'은 마치 감독 자신을 우려낸 인물인 듯하다.
고집스러운 장인정신과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 속 인물들과 배경, 소리들과 함께 감독이 꿈꾸고 걸어가고자 하는 길을 말하고자 하는 듯 보였다.
95분의 시간동안 한 남자의 여정을 함께하며 느꼈던 마음은 긴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이나, 자극적인 소재에 흐려진 지나치게 상업적인 영화에 입맛이 씁쓸한 영화인이라면...
'대장장이 태석의 여정'에 함께해 봄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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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블로그들을 정리하면서 옮겨온 글입니다.
blog.daum.net/nikky21/1084715?category=838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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