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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색/영화*드라마

[드라마 리뷰] 빈센조+모범택시ㅣ피해자들의 각성,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by 별사색 2021. 10. 14.

 

빈센조와 금가프라자 사람들, 출처: tvN

 

드라마 모범택시 포스터, 출처: SBS

다음의 두 드라마는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피해자 중심의 사적 복수'에 대한 이야기가 전면에 배치되어 있다.

드라마 '빈센조'는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에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가 베테랑 독종 변호사 및 금가 플라자 사람들(피해자 연대)과 함께 "악은 악으로 처단한다"라는 마피아 방식으로 만화 속 다크히어로처럼 악당을 쓸어버리는 이야기이다.

드라마 '모범택시'는 ‘전화 한 통이면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대행해주는 택시회사’에서 법 테두리 밖 악당들을 사냥하며 선보인 무지개 다크 히어로즈와 택시기사 김도기의 통쾌한 응징과 복수를 통해 매회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대리만족을 안겼다. 비록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범죄 가해자들을 응징하는 모습은 그동안의 묵은 체증까지 날려버릴 통쾌함 그 이상이었다.

드라마 '빈센조', '모범택시' 등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이 있다. 그동안 불의·부정·부당에 마냥 힘없이 당하기만 하던 피해자들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조연이나 엑스트라 취급당하기 일수였다. 소품처럼 양념처럼 소비되었던 억울한 피해자는 더 이상 숨죽인 채 공권력이 대신 공정한 처벌을 해주길 기대하지 않는다.

 

스스로 나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직접 가해자, 악당에게 죗값을 치르게 한다. 이러한 피해자의 사적 복수가 드라마, 영화에 주된 이야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공권력에 대해 믿지 못하면서 피해자들은 더 이상 경찰의 수사, 검찰의 기소, 법의 공정한 처벌 및 보호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재판 과정에서 '10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도 없어야 한다'는 대전제에 '의심이 될 때는 피고인의 이익이 우선되는 판결을 한다'라는 좋은 의도가 악용되어 '증거 부족'을 이유로 풀려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후안무치 가해자가 주인공이 되어 역설적으로 '인권 보호'의 대상이 되고 피해자는 힘없고 억울한 채로 슬픔과 절망, 트라우마에 평생 고통받으며 숨겨져 있기 일수였다.

그 때문일까?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피해자들은 대체로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사건이나 인물을 부각해주는 조연이나 엑스트라로 출연할 뿐이었다. 주요 인물과 서사를 위한 배경에 불과했던 피해자들이 각성했다고 할까? 아니면 반란이랄까? 그들은 더이상 숨어있지도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피해자의 고통과 절망, 슬픔을 전면에 내세우고 처절하게 괴로워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돈과 권력에 좌우되는 공권력에 대해 불신을 야기한 솜방망이 처벌이나 물타기, 꼬리 자르기 등 온갖 편법을 동원해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악당들에 대해 피해자 스스로 사적 복수하는 것이 핵심 주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히어로처럼 지켜보는 시청자에게 사이다 같은 속 시원함과 통쾌한 카타르시스까지 선사한다.

 

이러한 드라마들의 주인공, 초점의 전복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감대를 얻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동안 '경제', '성장'에만 초점을 맞춰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다수'를 위해 '소수'가 얼마 간의 희생을 감수하길 강제했던 세상이 변했다. 늘 그늘 속에 숨겨진 피해자, 약자여야만 했던 사람들의 외침에 관심과 공감이 모아지는 세상으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아니 이미 시작됐고 더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작가, 감독, 제작자의 새로운 시도로 치부하기에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리라.

약자의 이야기를 각자만의 방식으로 그려낸 모든 작가, 감독, 제작자 및 스태프, 관계자 모두에게 심심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변치 않고 당신들만의 위트와 센스로 빛이 닿지 않는 소외된 곳까지 다 까발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어쩌면 이것이 한국 영화, 드라마 제작 현장의 강점이자 특별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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