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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색/영화*드라마

[드라마 리뷰] 오징어게임ㅣ깍두기에 깃든 소외없는 배려

by 별사색 2021. 11. 12.

 

'오징어 게임' 포스터, 사진 출처: 이하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명실상부 넷플릭스의 최고 흥행작이 되어 최장 1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11월 10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TOP1을 재탈환했다. 라이엇게임즈가 제작한 LOL게임 세계관이 담긴 애니메이션 '아케인'이 1위를 차지하며 2위로 밀려난 지 이틀 만이다. 이로서 지난 9월 23일부터 11월 7일까지 연속 46일 1위 이후 다시 넷플릭스 사상 최장 47일간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폭발적인 화제성을 증명하듯 '오징어 게임' 관련 유튜브 영상 조회 수가 미국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이겼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11월 10일 영상 콘텐츠 분석 업체인 보빌(Vobile)의 분석 결과를 인용, 유튜브 내 '오징어 게임' 관련 예고편 등 각종 영상 약 12만 9000개가 170억 뷰를 넘겼다고 전했다. '왕좌의 게임' 관련 유튜브 영상 조회 수 169억 뷰를 넘어 선 기록이다. 놀랍게도 이는 지난 2011년 첫 번째 시즌을 선보인 '왕좌의 게임'이 10년간 쌓아 올린 수치로, '오징어 게임'은 단 8주 만에 스트리밍 차트와 유튜브를 점령한 것.

이처럼 장기 흥행을 이어가며 식지 않는 열기와 전 세계 시청자의 열화와 같은 성화에 결국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이 직접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고 공식화했다.

'오징어 게임'은 돈 때문에 막다른 길에 몰린 사람들이 '살인게임'에 참가하면서 겪는 다양한 어린이 게임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스토리 전개가 대단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9회를 하루에 몰아보기 할 만큼 매 회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몰입했다. 에피소드별로 인물들의 서사와 관계를 따라가며 다양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게 만든다. 특히 현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자본주의의 폐해로 빈부격차와 그로 인한 인간성 상실 등 통렬한 사회비판적 시각을 녹여 드라마 곳곳에 담아낸 수많은 은유와 풍자를 음미하는 재미가 컸다. 예기치 못한 반전 등 인상 깊었던 장면들도 많았으나 그중 가장 마음에 남는 건 '깍두기'였다.

 

 

'깍두기'는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과 놀 던 시절을 추억하게한다. 어린 동생을 데리고 오는 경우처럼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들이 함께 놀다 보면 필연적으로 게임을 이해 못하거나 신체능력이 떨어지거나 심지어 팀을 나눌 때 잉여 인원이 생긴다. 그 아이들을 '깍두기'라고 명명하고 추가 목숨을 늘려주는 등 능력차를 상쇄시키는 예외를 둔 것이다. 이는 어리다고, 짝이 맞지 않다고 소외시키지 않고 모두 다 같이 놀기 위한 방편이었다.

우리는 늘 그래 왔기에 당연하게 생각한 '깍두기'를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활용한 에피소드에서 대부분의 한국인은 익숙하게 받아들인 반면 외국 시청자들 입장에선 의외일 정도로 인상 깊게 느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어린이 놀이 문화 속 '깍두기'라는 존재에 깃든 '약한 자, 소외된 자를 방치 않고 배려'하는 한국인들의 마음 씀씀이와 '공동체 의식' 자체에 세계인들이 감탄하고 칭찬한다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우리'로 모두를 아우르며 어우러져 커왔던 것이기에 유독 '함께 한다'는 것에 특화된 게 아닌가 싶다.

 

한국 드라마 한 편이 전 세계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 드라마에 나온 배우부터 한국 놀이, 의상, 음악, 심지어 '생라면 먹는 장면'이나 '제주도 여행' 등 언급된 한국 문화 전반으로 관심이 눈덩이처럼 확대중이다. 심지어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자막 읽기 싫어하는 미국인들조차 더빙판보다는 자막판으로 봐야 제대로 드라마를 즐길 수 있다며 권장할 정도다. '오징어 게임'이 일으킨 한국 드라마 인기로 예전 드라마까지 찾아보다 한국 OTT 서비스에 가입하겠다는 '한드 광팬'까지 등장했다.

세계적 현상이 돼버린 그 영향력은 단순히 엔터를 넘어 경제, 문화, 국제적 위상까지 한국이란 이름을 격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K-pop을 주류 음악으로 끌어올린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에 대해 'BTS 현상'이라고 불리며 세계 음악시장을 놀라게 한 것처럼 말이다.

문화의 힘을 중요하게 여기며 문화강국을 꿈꾸던 김구 선생의 뜻에 따라 한국 사람들과 한국 문화는 이제 단순히 아시아 변방에 머무르던 분단국가에서 벗어나 세계 곳곳에 소프트파워를 발휘하고 있으니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심지어 어떤 나라든 재외교민들의 경우, 한국사람이라는 것만으로도 힙하고 쿨해 보인다 추켜세워주고 관심 가져주니 어리둥절할 지경이란다. 운 좋게 좋은 시대를 잘 타고난 덕을 보는 게 아닌가.

'오징어 게임'이 일으킨 한국 콘텐츠에 대한 높아진 관심 덕분에 한국 영화·드라마 제작이 더 활발해지고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건 인지상정.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처럼 발 빠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한국 콘텐츠 제작에 너나없이 뛰어들 것은 '안 봐도 비디오'일 터이다.

부디 지금처럼 훌륭한 각본과 배우, 연출, 스태프들이 똘똘 뭉쳐 그동안 축적해온 한국 문화만의 강점을 잘 살려 고품질의 개성 넘치는 콘텐츠로 세계인들의 높아진 기대에 부응해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앞으로 공개될 대작들(개인적으로 특히 '지옥')의 연이은 성공으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뜨거운 인기가 계속 이어가길 기대한다.

※넷플릭스 측에서 이례적으로 공개한 시청 구독자 수가 공개 4주차 기준 1억 4천여 명으로 전체 구독자의 반 이상이 봤다는 수치다. 게다가 중국처럼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나라들 시청까지 고려하면 상상을 초월한 흥행이었다. 서비스되고 있는 83개국 1위를 섭렵하고 비공식적으로 90개국에서 1위에 오른 오징어 게임의 인기에 심지어 넷플릭스 주가까지 덩달아 급등했다. 넷플릭스 내부 문건 유출로 제작비 투자 대비 거둬들인 수익이 수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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