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리움5

[자작시] 그 이름 그 이름 입 밖에 내어 놓으면 명치가 저려오고 코 끝 찡한 먹먹한 그리움이여 제 몸 생명 나눠주고도 더 달라 보채는 원망마저 달게 받는 이여 가진 걸 다 내어 놓고도 더 줄 수 없어 미안해하는 누추하고 남루한 이여 요람처럼 아늑하고 햇볕처럼 따사로운 낡은 담요 풀 먹인 내여 그 이름 앞에서 누구나 천둥벌거숭이 철부지 될 수밖에 나를 세상으로 밀어낸 그 이름 더 이상 부를 수 없을 때 아이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외로움이 된다 ***** 나는 아직도 아이인가 보다. 아직도 '엄마' 타령인 걸 보면.. 그래도 아직 내 곁에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다. 조금 더 어른 아이로 남아있고 싶다. 시 제목을 정하지 못하고 한 참을 고민했다. '마음의 쉼터', '그루터기', '아낌없이 주는 나무' 등등 고민이 쌓여 결정장애.. 2021. 7. 9.
[자작시]울다 ver.2 타는 그리움 바싹 마른 사막 네가 필요해 너를 그린다 아이처럼 소리 내 울어버리자 가만가만 쓰다듬는 그리운 온기 네 생각에 먹먹한 가슴 뿌예진 시야 시큰한 콧날 눈물 한 줄기 가슴에 맺혀 단단히 굳어 화석이 된다 시간이 할퀴고 간 기억은 색을 잃고 삭풍이 만든 틈새 어느 날 예고 없이 둑이 터진다 흘러넘쳐 소나기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울고 싶은 나는 너를 그린다 너는 늘 눈물로 온다 ***** 어쩌다 보니 두 가지 버전. 노트에 적어놓은 첫 번째 버전을 수정하려다가 생각의 줄기가 뻗어나가고 또 다른 버전이 생겼어요. 그래서 그냥 반복의 미(美?)도 있고 같은 제목 다른 느낌으로 두 번째도 올립니다. 어설프고 미숙하지만 그래도 자꾸 쓰다 보면 뭐라도 되겠죠? 2021. 4. 30.
[자작시]울다 ver.1 넌 내게 눈물겹다 먹먹한 가슴 뿌예진 시야 시큰한 콧날 눈물 나게 하는 너 그리움 사무치는 너 또 그르르 흘러내리는 한 줄기 소나기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가슴에 맺힌 한 방울 굳어 화석이 된다 나도 가끔 아이처럼 소리 내 울고 싶어라 누군가 손 내어주고 가만가만 등 쓸어내리는 그리운 손길 그 온기 이유 없이 서럽게 울어도 이쁨 받던 어린 시절이여 ********** 그냥 이유 없이 서러워져 눈물 날 때가 있다. 어쩌다 혼자 잠들 때 이불을 적시기도 한다. 그럴 때면 아무거라도 핑계를 댄다. 지금 보고 있는 드라마 주인공이 불쌍해서 갑자기 먼지가 들어가서, 뭐 어쩌고저쩌고... 사실은 뒤늦게 생각난 억울함일 수도 있고 오래전 기억 속 잊지 못한 그리움일 수도 있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한 맺힘 .. 2021. 4. 29.
회색빛 친구 Y 중학교 3학년 때 난생처음 단짝 친구가 생겼어요. 학교에서만 주로 어울려 놀던 어린이에게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가 생긴 거죠. 하교 후에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관심사와 고민, 불안, 꿈 등 무궁무진한 이야기들로 솔직하게 마음을 나누는 솔메이트가 되었어요. 각자 다른 고등학교로 배정되기 전까지 거의 매일 만날 정도로 정말 마음 많이 주고 좋아했던 친구였어요. 나와 정말 다른 친구였기에 더 끌렸어요. 이상주의자에 구김살 없이 해맑기만 한 나와 달리 세상을 회색빛으로 보는 염세주의자인 까칠이여서 신기하고 더 알고싶었어요. 우리는 어울리지 않은 요상한 조합이었지만 그래서 더 좋았어요. 록음악을 좋아하는 친구 따라 대학가 음악다방까지 가서 뮤직비디오를 보고 오고 한강공원에 나가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며 .. 2021. 4. 18.
동인천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늦은 오후라서 승객 모두가 지루하고 나른한 공기 속에 있었다. 문득 눈에 들어온 건너편 곤하게 잠든 세 모녀의 모습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초등학교 2~3학년 즈음돼 보이는 큰 딸아이와 의자 위로 작은 다리가 달랑거리는 작은 아이, 수마에도 불구하고 보호하듯 아이들을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절로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꼭 예전 우리같이 느껴졌다. 명절 때가 되면 엄마와 나, 동생 셋이서 동인천 할머니 댁에 기차를 타고 가곤 했었다. 우리가 살던 서울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 인천까지 가려면 꼬박 2~3시간 동안 기차 안에서 보내야 했다. 자고 또 자도 눈을 뜨면 여전히 이동 중인 기차 안이어서 그 길이 얼마나 멀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몸살 날 만큼 머나먼 여정이 피곤해 도착할 즈음이.. 2021.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