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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10

[자작시]섬 우리는 모두 다 섬이다. 멀리서 보면 섬은 바닷물에 둘러 쌓인 채 외로운 혼자다. 운 좋게 가까이 또 다른 섬이 있을 수도 있다. 목소리가 닿아도 바다가 있어 다가갈 수 없다. 외딴섬 하나 망망대해에 홀로 존재할라치면 잠시 쉬다가는 갈매기나 어딘가 바삐 떠나는 철새의 방문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에 실려오는 바다의 노래에 귀 기울이면 어느새 해가 달로 바뀌는 시간 다채롭게 옷 갈아입는 하늘과 구름과 비와 바람과 함께라 덜 외롭다. 구름이 걷힌 밤하늘엔 반짝이는 별이 쏟아진다.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지고 달마저 쉬러 간 뒤에 가까이 다가가 속을 들여다보면 모든 섬들은 바닷속 깊이 연결되어 육지에 닿아있다. 모든 섬과 육지는 지구의 겉을 감싸 연결된 하나의 땅이다. 우리는 모두 빠.. 2021. 10. 13.
[자작시] 그 이름 그 이름 입 밖에 내어 놓으면 명치가 저려오고 코 끝 찡한 먹먹한 그리움이여 제 몸 생명 나눠주고도 더 달라 보채는 원망마저 달게 받는 이여 가진 걸 다 내어 놓고도 더 줄 수 없어 미안해하는 누추하고 남루한 이여 요람처럼 아늑하고 햇볕처럼 따사로운 낡은 담요 풀 먹인 내여 그 이름 앞에서 누구나 천둥벌거숭이 철부지 될 수밖에 나를 세상으로 밀어낸 그 이름 더 이상 부를 수 없을 때 아이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외로움이 된다 ***** 나는 아직도 아이인가 보다. 아직도 '엄마' 타령인 걸 보면.. 그래도 아직 내 곁에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다. 조금 더 어른 아이로 남아있고 싶다. 시 제목을 정하지 못하고 한 참을 고민했다. '마음의 쉼터', '그루터기', '아낌없이 주는 나무' 등등 고민이 쌓여 결정장애.. 2021. 7. 9.
[자작시? 작사!] 썼다 지웠다(+관계에 대한 고찰) 셀 수 없이 고쳐 쓴 문자메시지 보내지 못해 속 끓이다 한 참 지나 겨우 보낸 한 마디 내가 잘 못했어 미안해(지친다. 이제 그만하자) 셀 수 없이 썼다 지웠다 이게 무슨 짓인지 속상한 마음에 속엣말 가공 못하고 툭 튀어나간 한 마디 금이 간 우리 사이 어떤 말도 변명 같고 왜 내 맘 몰라, 야속하고 좀 더 세련되게, 오해 사지 않게 말 못 한 내가 답답해 더 밉다 어떡하지? 말할수록 오해가 쌓이는 기분 뭔가 잘해보려다 망친 기분 마음 밭에 가뭄이 왔어 요샌 나도 지친다(이제 그만 하자) 그래, 너도 그런 거겠지 답답한 마음 끝나지 않은 오해 무한궤도처럼 반복되는 다툼 서로를 할퀴고 상처와 눈물로 얼룩진 잠 못 드는 밤 켜켜이 보내지 못한 문자메시지만 썼다 지웠다 눈 밑 그늘이 깊어만 간다 늘어난 한숨 .. 2021. 6. 13.
[자작시]해 질 녘 자전거 페달 밟아 바람 타고 달리면 눈 닿는 먼 곳까지 탁 트인 시야 유난히 커다란 붉은 해가 지네 회색빛 도시 하늘 온통 붉게 물들어 느른한 열기가 퍼진다 흐르는 강물 따라가다 다정한 커플 지나쳐 오늘따라 더 아쉬운 해 질 녘 건물 숲 뒤로 숨어 사라져 가네 색 잃은 도시 하늘 붉게 물들어 온기가 남아있네 점점 어두워지는 사이 보고 싶은 너의 얼굴 해져가는 붉은 노을 떠오르는 너의 빨간 볼 그 뜨끈한 열기가 내 볼에 남아있네 ***** 한강에 나가 종종 자전거 타기를 좋아해요. 최근엔 자주 나가지 못하지만 한 동안 따릉이가 제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시절, 매일 1~2시간은 자전거를 탔어요. 그렇게 한강 자전거 도로를 질주하다 보면 한눈에 강 건너까지 도시의 회색 빛 속 조명들에 눈을 빼앗기곤 했죠. 가장.. 2021. 6. 10.
[자작시]울다 ver.2 타는 그리움 바싹 마른 사막 네가 필요해 너를 그린다 아이처럼 소리 내 울어버리자 가만가만 쓰다듬는 그리운 온기 네 생각에 먹먹한 가슴 뿌예진 시야 시큰한 콧날 눈물 한 줄기 가슴에 맺혀 단단히 굳어 화석이 된다 시간이 할퀴고 간 기억은 색을 잃고 삭풍이 만든 틈새 어느 날 예고 없이 둑이 터진다 흘러넘쳐 소나기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울고 싶은 나는 너를 그린다 너는 늘 눈물로 온다 ***** 어쩌다 보니 두 가지 버전. 노트에 적어놓은 첫 번째 버전을 수정하려다가 생각의 줄기가 뻗어나가고 또 다른 버전이 생겼어요. 그래서 그냥 반복의 미(美?)도 있고 같은 제목 다른 느낌으로 두 번째도 올립니다. 어설프고 미숙하지만 그래도 자꾸 쓰다 보면 뭐라도 되겠죠? 2021. 4. 30.
[자작시]울다 ver.1 넌 내게 눈물겹다 먹먹한 가슴 뿌예진 시야 시큰한 콧날 눈물 나게 하는 너 그리움 사무치는 너 또 그르르 흘러내리는 한 줄기 소나기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가슴에 맺힌 한 방울 굳어 화석이 된다 나도 가끔 아이처럼 소리 내 울고 싶어라 누군가 손 내어주고 가만가만 등 쓸어내리는 그리운 손길 그 온기 이유 없이 서럽게 울어도 이쁨 받던 어린 시절이여 ********** 그냥 이유 없이 서러워져 눈물 날 때가 있다. 어쩌다 혼자 잠들 때 이불을 적시기도 한다. 그럴 때면 아무거라도 핑계를 댄다. 지금 보고 있는 드라마 주인공이 불쌍해서 갑자기 먼지가 들어가서, 뭐 어쩌고저쩌고... 사실은 뒤늦게 생각난 억울함일 수도 있고 오래전 기억 속 잊지 못한 그리움일 수도 있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한 맺힘 .. 2021. 4. 29.
[자작시]길 위에 나그네 불완전한 존재야, 사람은 늘 안절부절 자꾸 흔들리고 몸살 나게 행복하고 완전해 못 견디게 외롭기도 덧없기도 오늘은 미칠 듯이 사랑하고 내일은 또 죽일 듯이 미워해 매일매일 오르막 내리막 롤러코스터 위 어지럽기만 포기 못해 넘어지고 다쳐도 행복의 파랑새 찾아 떠나지 길 위에 나그네 미련 남기고 또 다른 미련 찾아 떠나간다 ********** 평소 여기저기 끄적거리는 걸 좋아해서, 일기장에서부터 수첩, 메모 어플까지 다양하게 메모를 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찰나의 순간 떠오른 생각들을 꾸밈없이 날 것대로 적어둔 채 잊어버렸다가 문득 다시 찾아 수정하고 덧붙이고 확장해나가곤 합니다. 이번에도 메모해 놓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다시 보고 뒤집어 보고 뜯어보고 해체하고 그러다 얼렁뚱땅 끝맺음을 보네요. 가장 고민.. 2021. 4. 20.
[자작시] 상허 이태준 고택에서 겨울을 무사히 난 가지 많은 나무 한 그루 정원 가득 뻗어나가 아니 닿는 곳 없다 봄기운 맞이하러 새순, 새잎 돋아나 금세 수북하여라 울창한 여름 꿈꾸는 정원의 나무 수줍게 봄을 노래한다 주인이 내온 알싸한 냉이차 봄 향기 가득해 한 모금 두 모금 내 몸속 세포도 기지개를 켠다 ***** 지인과 함께 방문했던 '상허 이태준 고택'에서 차 한 잔 시켜 놓고 정원을 바라보는데.. 작은 정원 하늘을 가득 채울 만큼 가지가 푸르게 뻗어있는 게 신기하고 예뻤어요. 다녀온 지가한참이라 여전히 그대로인지 모르겠지만 아련한 추억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나중에 혹시 성북동에 가실 기회가 있다면 고택에 들러 제철 차도 한 잔 드시고 여전히 그 나무가 잘 지내는지 안부 전해주세요^^ 상허 이태준에 대해, 작품의 경향은 지.. 2021. 4. 9.
[자작시] 퇴근길 덥다. 코를 통해 들어온 더운 공기가 온 몸에 증기처럼 퍼져나간다. 손끝까지 느껴지는 열기가 불덩어리를 삼킨 것 같다. 해가 뉘엿, 어둑한 거리는 여전히 뜨끈한 지열을 내뿜고 있다. 아스팔트 도로와 맞닿아 버스를 기다리는 이 시간도 녹아내리고 있다. 벌새의 날갯짓 같은 낯선 여자의 부채질 소리, 요란하다. 그 숨 가쁜 손짓이 그려내는 간절함에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더운 몸을 식히려는 그 필사적 행위가 도리어 몸 안의 모토를 가열차게 돌리고 있는 건 아닐까? 더위로 느릿해진 주변과 달리, 그녀의 부채질은 점점 속도를 내고있다. 프로펠러처럼 힘차게 돌다 마침내 붕 떠올라 다른 세상으로 날아가려나 보다. 마음은 이미 대기층을 넘어 가늠할 수 없는 무중력, 찬 우주 공간이다. 지금 여기, 어둠에 쫓겨 온 식은.. 2021. 4. 9.
[자작시] 꿈꾸는 씨앗 여기 씨앗 하나가 있다. 작고 메말라 볼 품 없어 스치운 바람 숨결에 몸을 띄워 정처 없이 가벼워도 바람이 쉬어가는 사이 차분히 내려앉은 어디라도 흙이 품어 안으면 물의 수유와 햇볕의 보살핌, 산들바람의 속삭임 따라 바스락 거친 껍질 밖으로 생명 품은 푸른 잎사귀는 꿈꾼다. 옛 기억, 하늘 높이 솟아 오른 푸른 소나무를 * 어느 학생과의 대화 후, 그 아이가 가진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 에너지 덩어리가 마치 '씨앗'같았습니다. 부디 그 아이가 깨닫길 바랍니다. 자신이 원래 하늘 높이 솟은 푸른 소나무라는 것을. 응원합니다. 모든 미완의 존재들을. ***** 예전 블로그 글을 옮겨왔습니다.(여기저기 블로그들을 통합+정리 중입니다) 출처: https://sudanaegong.tistory.com/entry.. 2021.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