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현재 시점이 아닌 경험담입니다. 나와 같은 경험을 했거나 앞으로 할 사람에게 약간의 참고가 될까 싶어서 공유합니다.
과거에 근무했던 곳에 다시 갈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했다. 벌써 10여 년이 넘는 공백이 그 사이에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고 또 얼마큼 나아졌을까. 직업상담사이자 사람으로서도 말이다.
10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 예전 근무하던 곳에 입사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이 감회가 새로웠다. 마치 오래전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것처럼 설레는 한 편, 피하고 싶은 기분이 동시에 교차해서 마음이 복잡 미묘했다. 시간의 간격만큼 변화한 서로가 어색하고 불편해져 최악의 경우 아름다운 추억마저 훼손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을 때, 일과 삶에서 가장 활기차게 몰입하던 30대여서 의욕적인 만큼 가장 힘든 시기였다. 2년이라는 계약기간 동안 넘치는 열정만큼 좌충우돌하며 많은 에피소드를 만든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래서 더더욱 돌아가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 기억과 추억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싶을 만큼 소중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예쁘게 채색된 추억을 걷어내고 다시 현실세계로 마주하러 가게 된 건, 결국 사람 때문이었다.
당시 계약 종료 후 당연했던 이별이 끝이 아니었다. 잊지 않고 안부를 묻던 예전 직장 동료가 어느새 믿음직하고 서로의 성장과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언니동생이 되면서 오래도록 계속 인연을 이어온 결과다.
사정을 들어보니, 새로운 사업을 맡게 되어 당장 일 할 사람이 급하고 어느 정도 성과가 예측되고 기대할 수 있는 '경력직'이 필요했다고 한다. 과거 함께한 직장생활과 어우러짐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기에 다시 내게 돌아오라 제안하였으리라. 이미 손발을 맞춰 본 경험을 믿고 함께하고 싶다는 기대에 기쁜 마음으로 합류할 수 있었다.
물론 오랜 시간이 흘러 예전의 총기와 젊음은 빛이 좀 바랬으나 마음과 열정과 진정성만큼은 여전히 간직한 채였다. 그래서 걱정은 접어두고 내민 손을 덥석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예전 직장으로 조용한 컴백 이후 당장 눈앞에 닥친 업무만으로도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지나갔다. 10여 년 전 교류하던 점심 멤버 등 과거의 연이 있던 사람들이 궁금했으나 막상 출근한 후에도 찾아가기 어려웠다. 긴 시간의 공백이 어색하고 찾아갈 명분이 없었다.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는데 용건도 없이 찾아가 인사만 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며 오다가다 우연히 마주치기만 바랐다. 그게 자연스럽고 소란스럽지 않으니까.
같은 직장 내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물 흐르듯 관계를 이어가도 좋고 단지 지나간 인연으로 머물러도 좋다고 생각했다. 소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어떤 관계든 억지로 이어 붙이거나 과하게 애쓰기보다 천천히 스며들듯 다가감이 서로 부담 없고 안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만 하는 시간이 조용히 흘러갔다. 예상했지만 생각만큼 마주치지 못한 채 시간이 길어졌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시들해지던 중이었다. 거짓말처럼 곳곳에서 사람들과 마주치고 소소한 얘기를 나누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는 기회가 자꾸 생기고 있다.
소소한 마주침 속에서 나이 들어 달라진 외모와 여전한 눈빛과 분위기를 확인하고 안심했다. 근황을 나누고 반가움과 격려와 긍정에너지를 공감할 기회를 갖게 되어 기뻤다. 그들의 눈빛과 언행을 통해 과거의 나를 다시 돌아보며 다행히 좋게 기억되었구나 싶어 뿌듯하고 좋았다.
그들이 상기시켜 준 추억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충만한 기쁨이 느껴졌다. 긴 시간 동안 좋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어 공백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이 놓였다.
내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는 늘 사람이었다.
돌이켜 보면 처음 복귀를 걱정하고 두려워했던 불안이 시간이 흐르면서 차차 흐려지긴 했으나 여전히 내 안에 굳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마지막 두려움이 마침내 안개처럼 흩어졌다. 과거를 공유한 사람들과 그들 덕분에 내 안에 존재하는 빛을 확인하고 어둠을 몰아낼 힘을 얻었다.
물론 불안과 걱정. 두려움은 언제 어디서든 다시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더 이상 무섭지 않다.
누군가의 작은 응원에서 시작되었든, 어떤 계기를 통해 스스로 찾아내었든 내 안에 깃든 찬란한 빛을 알아차린다면 농도 짙은 두려움조차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는 걸 깨달았다. 참 다행이었다.
만약 무언가 재도전해야 할 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또 너무 의심하지 말고 후회 없이 시도해 보는 거다. 당장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실망하고 실패한다 해도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또 온다. 그러니 용기 내 해 보는 거다. 다시 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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